터키 대통령, 중앙은행 독립성 노골적 침해 논란
에르도안 "정부에 맞서지 말라"…'외세 개입' 의혹도 제기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터키의 오랜 문제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이 최근 부쩍 가열되고 있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 등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력에 반발해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담당 부총리가 사퇴할 것이란 소문이 나오는 등 금융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3년부터 11년간 총리로서 통치하다 지난해 사상 첫 대선에서 승리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중앙은행에 기준금리를 낮추라고 압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그는 오는 6월에 치르는 총선을 앞두고 경기를 부양하고자 압력의 강도를 높였으며, 지난 25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7.75%에서 7.5%로 0.25%포인트만 내린 직후에는 거친 언사로 비난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한 행사에서 "독립성을 내세워 우리에 맞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독립성을 우리의 기대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때만 사용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외부의 영향력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총리로 재임하던 지난 2013년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줄곧 반정부 성향의 자본과 외부 세력이 결탁해 터키경제를 악화하려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제전문가 등은 이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휴리예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예전보다 중앙은행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인 것은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가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한 것에 분노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지난 25일 금리 인하 직후 기자들이 평가를 요청하자 "충분하지 않지만 괜찮다"고 답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난 이후 정계에서는 알리 바바잔 부총리와 에르뎀 바시츠 총재가 사퇴할 것이란 소문이 나왔으며 이에 주가와 리라화 가치가 하락했다.
터키 언론들은 바바잔 부총리가 전날 아흐메트 총리와 이례적으로 2시간30분이 넘도록 회동하면서 부총리가 사표를 내자 총리가 만류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해 총리와 부총리는 다른 의제들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으며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부 장관도 부총리의 사퇴는 없다고 밝혔다.
바바잔 부총리는 바시츠 총재를 천거했으며, 그동안 물가 급등과 리라화 가치 하락에 따라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지해왔다.
바시츠 총재 역시 전날 출근하지 않아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중앙은행 관계자는 가벼운 건강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바시츠 총재가 건강 때문에 결근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전날 "대통령은 모든 일에 간섭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며 "정부의 일은 정부에, 중앙은행의 일은 중앙은행에 맡겨두라"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6월 총선 이후 현행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야당은 독재 통치가 심화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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