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위해 희생했는데"…홀대받는 독립유공자와 후손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27 10: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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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천500여명 현충원 안장 안 돼…후손 보상도 제한적
△ 석창문(石昌文·1886∼1908) 선생의 묘 (청주=연합뉴스) 속리산에서 의병에 가담해 활동하던 석창문 선생은 1908년 일본군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던 중 스스로 혀를 깨물어 목숨을 끊었다. 사진은 석 선생의 묘지. 2015.2.27 <<내북면사무소 제공>> vodcast@yna.co.kr

"조국 위해 희생했는데"…홀대받는 독립유공자와 후손들

전국 4천500여명 현충원 안장 안 돼…후손 보상도 제한적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훌륭한 애국지사이신데 우리가 모시지 않으면 누가 모시겠습니까"

충북 보은군 내북면 이원리의 한 야산에는 항일운동을 벌였던 석창문(石昌文·1886∼1908) 선생 부부의 묘가 쓸쓸하게 남아 있다. 비석과 제단만이 이 묘의 주인이 선생 부부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을 정도다.

보은이 고향인 석 선생은 속리산에서 의병에 가담해 활동하던 중 1908년 일본군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했다.

선생은 일제에 항거하다 그해 9월 혀를 깨물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제에 치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온몸을 불살라 일제에 항거하겠다는 '결기'를 스물 두살의 청년이 보여준 것이다.

선생이 순국한 지 사흘 뒤 선생의 아내도 뒤를 따랐다.

정부는 선생의 숭고한 애국 애족 정신을 기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1963년 대통령표창)을 추서했다.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됨에 따라 선생의 유해는 국립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다.

하지만 선생 부부는 아직도 차가운 고향 땅에 누워 있다.

청주보훈지청이 현충원 안장을 추진하려 해도 후손이 없다 보니 50여 년째 남의 땅에 묻혀 있는 것이다.

선생 부부의 묘를 관리하며 매년 봄 선생을 기리는 제사를 마을 주민들이 지내고 있다.

보은군은 올해 2천만원을 들여 묘 주변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무관심 속에 쓸쓸히 잊히고 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묘의 위치를 알 수 없어 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한 애국지사들이 전국적으로 무려 4천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립 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도 심각하다.

일제의 부당한 납세정책에 반대하다 재산을 몰수당한 장재규(張在圭·1882∼1977) 선생의 손자인 낙홍(73·청주시 강내면)씨는 얼마 전부터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고 있다.

낙홍씨는 앞으로 매달 52만2000원의 보상금을 받는다. 할아버지가 2009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뒤 무려 6년 만이다.

장낙홍씨는 "지금이라도 할아버지의 공이 국가로부터 제대로 인정받게 돼 기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장씨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경우다.

보훈처는 훈격에 따라 생존 독립유공자에게 매달 97만3천원에서 490만8천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한다.

유공자가 사망하면 유족(배우자 포함)은 유공자가 받은 훈격에 따라 월 52만2천원∼217만 4천원을 받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독립 유공자와 직계 자녀가 사망한 경우 손자녀는 보상금을 받을 수 없었다.

개정법은 독립유공자로 등록될 때 유공자 본인이나 자녀가 모두 사망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생활수준 등을 고려해 손자녀 1명에게 보상금 지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급권자가 1명뿐이다 보니 뒤늦게 이를 결정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상금 수급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

국가보훈처 청주보훈지청에 따르면 이런 이유 등으로 충북 도내 독립유공자와 후손 163명(생존 1명·유족 162명) 가운데 28.2%(46명)는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나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격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상국 광복회 충북도지부 사무국장은 "독립유공자 후손 가운데 곤궁한 생활을 이어가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분들을 발굴해 제대로 보상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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