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제공" 약속 불구 유대인 유입 증가할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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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서 프랑스 테러 희생자 장례식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스라엘, 유럽거주 유대인 유입 진력…'인구 전쟁'
잇단 테러 계기 유대인 이민 촉구…아랍인과 인구역전 우려한 듯
"보금자리 제공" 약속 불구 유대인 유입 증가할지 미지수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올해 초 프랑스와 덴마크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유럽 거주 유대인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스라엘 정체성의 주축인 유대인과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인의 인구 역전을 우려하는 동시에 '유능하고 젊은 피'를 수혈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현재 약 8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이스라엘이 2020년엔 유대인보다 더 많은 아랍인을 보유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 이스라엘, '유럽 테러' 후 유대인 이민 독려…인구 역전 가능성
올해 들어 이스라엘 정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유럽에 사는 유대인에게 귀환을 더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모습이다. 유럽 각국에는 약 110만명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5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대교 회당이 공격당해 유대인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성명을 발표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럽 땅에서 유대인들이 살해됐다"며 유럽 내 유대인들에게 이스라엘로 돌아와 살 것을 권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유럽 내 유대인들의 "대규모 이민"에 대비해 4천600만 달러 규모의 계획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유럽 내 유대인들의 이민을 공개 권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 9일 프랑스 파리의 유대인 식품점에서 발생한 인질극으로 유대인 4명이 숨진 직후에도 이스라엘에 이민을 희망하는 모든 유대인을 환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프랑스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50만명의 유대인이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겉으론 "테러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한 이스라엘로 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이스라엘이 미래 직면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인구 역학적' 위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세계의 여러 연구기관은 지금의 인구 증가 추세에 큰 변화가 없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랍인 인구가 이스라엘 유대인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1960년대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은 90%에 달했으나 지금은 약 75%로 감소했다.
또 팔레스타인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아랍인은 5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스라엘과 서안에 거주하는 유대인 인구 600만명(이스라엘 통계 기준)에 조금 못 미치는 것이다.
지금의 출산율 추세가 이어지면 2016년에는 이-팔 지역의 두 인구는 비슷해진다. 2020년에는 아랍인 인구(720만명)가 유대인 인구(690만명)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1월 유대인의 민족국가로 규정하는 법안을 강력히 추진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불만이 높다.
이스라엘에 사는 아랍계 주민은 높은 빈곤율과 취업·주거상의 차별 등에 시달리며 사실상 '2등 시민' 취급을 받고 있다. 또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팔레스타인과 동질감을 표현하고 있다.
◇ 이스라엘로 유대인 유입 실제 증가할까?…"청년은 외국 삶 선호"
이스라엘 정부는 유럽의 유대인에게 '안락한 새 보금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 유대인 비율을 늘리고 이스라엘을 떠나 미국과 유럽 등지에 새 둥지를 튼 유대인의 공백을 메우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매년 평균적으로 이스라엘인 7천100여명이 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의 노력에도 유럽 유대인의 대량 유입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948년 건국된 이스라엘에서는 구소련이 붕괴한 직후 유대인 유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이스라엘에 자리를 잡은 이민자는 매년 2만명 안팎에 머물렀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구소련 연방국 또는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이들은 유대 민족주의 사상과의 연대감도 약한 수준이다. 구소련 연방 출신의 이민자 150만명 가운데 약 12%는 결국 이스라엘을 떠났다.
작년에는 2만6천500명이 이스라엘로 이민했으며 이 가운데 7천명은 프랑스에서 왔다.
이스라엘 이민을 연구해 온 이안 루스틱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이민자 중 다수는 경제적 이유로 이스라엘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청년 다수도 학업과 일자리를 이유로 자국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2013년엔 이스라엘 인구 3분의 1이 외국으로 이민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최근 유대인 이민자가 급증한 독일에서 사는 엘라드 자콥(32)은 "많은 이스라엘인이 좋은 일자리 기회와 도전 정신으로 베를린과 유럽에 새로 정착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베를린에는 현재 이스라엘인 1만7천명이 머물고 있다.
설령 유대인 이민자가 늘어난다 해도 이스라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불투명하다.
이스라엘 연구기관 브룩데일연구소의 잭 하비브 소장은 "구소련 출신 이민자들은 그들의 전문적 자격에 걸맞은 직업을 구하지 못해 이스라엘 계층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비브 소장에 따르면 구소련 출신 이스라엘인 가운데 약 25%는 심각한 자금 문제에 직면했다. 다수는 고령이어서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살고 있다. 대부분이 저축한 자금이나 퇴직금 없이 이스라엘로 건너왔기 때문이다.
루스틱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서방국가에서 이스라엘에 이민 온 사람의 40~50%는 끝내 이스라엘을 다시 떠났다며 "많은 이들이 빛나는 생각을 머릿속에 갖고 이스라엘에 오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비싼 물가와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등이 그 배경이 됐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유럽 내 유대인 가운데 구체적으로 몇 명이 네타냐후 총리의 이민 제안을 받아들였는지 공개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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