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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아베 총리 |
아베 총리-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밀월 끝나나
구로다, 아베에 쓴소리…"재정 건전화 나서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노믹스 기치 아래 박자를 맞춰 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 사이에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그간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두 사람간 밀월관계의 균열은 재정 정책을 대하는 시각 차이와 함께 일본의 신용등급 악화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작년 11월 소비세를 10%로 인상하는 시기를 1년 6개월 늦추겠다고 결정해 재무성 출신 관료들과 정치인들로부터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협한다는 우려를 샀다.
직후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고 재무성 출신인 구로다 총재는 정부의 재정 정책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를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
그는 작년에는 재정 정책이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의 책임이라고 선을 긋다가 올해 초부터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거론하며 정부가 재정 재건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달 12일 아베 총리가 의장인 경제재정자문회의에 참석해 이례적으로 정부의 재정 정책에 관해 대놓고 쓴소리를 했다.
애초에 그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구로다 총재가 18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지난주 경제재정자문회의 때 지속가능한 재정구조를 확립하는 것은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하는 과제이며 재정건전화 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책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히면서 주목받았다.
관계자들은 당시 구로다 총재가 아베 총리에게 직언을 했다거나 열변을 토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내각부가 공개한 당시 경제재정자문회의 의사 요지에는 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딱 세 문장 등장하며 '재정 건전화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므로 여기서도 확실히 논의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마무리돼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구로다 총재가 재정에 대한 신뢰 악화로 국채 금리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으며 스위스 바젤 은행감독위원회가 일본 국채를 '손실이 나지 않는 안전한 자산'에서 '손실 우려가 있는 위험 자산'으로 변경해 취급할지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는 언급까지 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구로다 총재가 재무성에 근무할 당시 미국 신용평가기관에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에 반발해 강하게 항의했으나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까지 하며 몇 분에 걸쳐 발언했으나 '오프 더 레코드'라는 이유로 기록에서는 삭제됐다고 덧붙였다.
구로다 총재가 내놓은 일련의 발언이 정부가 경제성장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재정 건전화에 대한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정부와 일본은행 사이에 인식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일본 국회가 하라다 유타카(原田泰)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를 일본은행의 새 심의위원으로 25일 승인한 것을 두고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하라다 교수가 통화 공급량 증대를 지지하는 리플레이션 파(派)로 분류되지만, 최근에는 다소 노선을 바꾸어 구로다 총재에게 충고하는 구실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소개했다.
작년 11월 출간된 저서 '일본을 구한 리플레이션파 경제학'에서 물가상승률 2% 목표를 2015년 3월까지 달성하지 못해도 고용이 순조롭게 확대하면 상관없다고 하는 등 구로다 총재가 중시하는 물가 목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을 근거로 거론했다.
하라다 교수는 추가 금융완화 찬성파인 미야오 류조(宮尾龍臧) 심의위원의 후임자이며 이에 따라 당분간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은행이 작년 10월 말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할 때 심의위원 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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