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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연합뉴스) 26일 성남 가천대학교에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은 유정자(74·여·오른쪽)씨와 제광웅(73·왼쪽)씨가 이길여 총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2.26 <<가천대>> gaonnuri@yna.co.kr |
<오누이처럼 격려하며 학사모 쓴 70대 만학도>
가천대 경영학과 졸업 유정자(74·여), 제광웅(73)씨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친 오누이처럼 서로 격려하며 주경야독한 70대 대학생 두 명이 나란히 학사모를 써 못 배운 한을 풀었다.
26일 가천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경영학 학사학위(경영학과 야간)를 받은 유정자(74·여·화성TNT 대표)씨와 제광웅(73·웅진산업 대표)씨가 주인공이다.
"대학을 졸업했다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입니다. 우주를 품에 안은 것 같습니다."
고희를 훌쩍 넘긴 두 늦깎이 대학 졸업생은 한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손자손녀뻘 동기들과 함께 졸업한 이들은 닮은 점이 많다.
특별전형인 리더십전형과 취업자전형으로 수능 시험성적 없이 2011년에 가천대에 입학해 동기가 됐다.
저마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주경야독해야 하는, 쉽지 않은 대학생활이었다.
"둘 중에 한 명이라도 포기했다면 오늘 같은 영광은 없었을 겁니다."
두 만학도는 졸업의 공을 서로에게 돌렸다.
같은 학과에서 함께 공부한 50대 만학도 여운화(55·여)씨 등 3명도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성실한 대학생활로 본보기가 된 유씨와 제씨에게 이날 공로상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이들은 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때는 그만둘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힘이 되어줬다.
형편 때문에 미뤘던 배움에 대한 열망은 원하던 대학생활 앞에서 그 어떤 것도 장애가 될 수 없었다.
2남5녀의 첫째 딸로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유씨는 '딸은 글만 읽을 줄 알면 된다'는 당시 시대 분위기 탓에 대학 공부는 꿈도 못 꿨다.
배움에 대한 열망을 접고 결혼해 남편인 고홍달 ㈜화성써모 대표와 함께 사업체를 운영했지만 못 배운 한은 평생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다.
70년대부터 회사를 경영해 현장 경험은 많았지만 학문적으로 경영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4년 전 대학 입학을 결심했다.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회사의 운영방침이나 인사문제 등에 잘못된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쳐 나갔고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됐습니다"
유씨는 재학 중 형편 탓에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고 이들을 위해 장학금 5천만원을 학교에 내놓기도 했다.
남편 외조가 졸업에 큰 도움이 됐다는 유씨는 내친김에 모교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밟기로 했다.
일제 강점기 전북 순창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제씨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형편이 넉넉지 않아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1970년에 서울로 올라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한때 손수레를 끌며 노동을 하는 등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다가 90년대 말부터 식자재 전문기업 대표에 올랐다.
중학교 2학년 중퇴 학력이 전부였던 제씨는 배우지 못한 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자녀 공부에 정성을 쏟았다.
자식들도 잘 따라줘 큰딸과 아들은 의대를 졸업해 교수와 의사로 재직 중이고 셋째 딸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그는 자식들이 성장하고 생활도 안정되자 60대 중반 때부터 중졸,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일흔의 나이에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제씨는 모교 경영대학원에 입학원서를 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몸을 회복하고 나면 석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날 가천대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3천254명, 석사 343명, 박사 47명이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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