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아날로그적인 케이퍼 무비 '포커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범죄를 계획하고 무언가를 훔치거나 빼앗는 과정을 보여주는 '케이퍼 무비'(caper movie·범죄 영화의 한 장르)는 날이 갈수록 매끈해지고 있다.
각종 첨단 기술이 등장하며 범죄 수법도 나날이 진화하고 덩달아 스케일도 무한대로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포커스'는 그에 비하면 꽤 아날로그적인 케이퍼 무비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고전적인 수법으로 접근한달까.
할렘에서 야바위꾼이었던 할아버지와 바람잡이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베테랑 사기꾼 '니키'(윌 스미스)는 자신을 찾아온 초보 사기꾼 '제스'(마고 로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포커스"라며 사기 기술을 일러준다.
니키는 "상대의 포커스를 흐트러뜨리면 뭐든 훔칠 수 있다"며 직접 제스의 반지와 시계 등을 (그리고 아마도 마음까지) 훔쳐 보인다.
뉴올리언스로 향한 니키는 제스를 포함한 30명의 팀원으로 크게 한탕 하기보다 풋볼 챔피언십 경기를 관람하러 온 대규모 인파를 상대로 주의가 산만한 틈을 타 지갑을 빼돌리는 이른바 "물량 공세"를 펼쳐 12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이 바닥에서 감정은 사치"라며 천성이 착한 그를 '마시멜로'라고 부르던 아버지의 교훈(?) 때문인지 니키는 뉴올리언스의 일이 끝나자 일부러 제스를 떠난다.
그로부터 3년 뒤, 자동차 경주팀 소유주인 '거리가'(로드리고 산토로)의 제안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니키는 다음 작전을 앞두고 거리가의 곁에 있는 제시와 마주치는데….
케이퍼 무비라고 해서 온갖 기술이 동원되는 화려한 범죄 수법과 천문학적 액수가 걸린 한 방을 기대했다면 이 영화에 실망할 수 있다.
거기다 나이 탓인지 체중의 변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얼굴의 살이 다소 빠진 듯 보이는 윌 스미스가 근육질 몸매를 자랑함에도 기대만큼 섹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할리우드의 차세대 섹시 스타 마고 로비가 끊임없이 섹시함을 강조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그다지 만회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남자 관객의 생각은 다를 수 있겠다.)
대신 영화는 배경을 뉴욕에서 뉴올리언스로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옮겨가며 도시 특유의 색채를 통해 나름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마약사범과 사기꾼은 숨소리 빼고는 거짓말이지만, 소매치기는 숨소리마저도 거짓말"(영화 '무방비도시'의 대사)이라고,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어 서로 믿을 수 없는 등장인물 간의 심리 싸움도 나름의 긴장감을 제공한다.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의 경호원을 소매치기해 화제가 됐던 '신사 도둑' 아폴로 로빈스가 배우들에게 사기 수법을 알려주고 실제 도둑들이 사용하는 손재주를 이용해 직접 소매치기 상황을 연출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25만명을 소매치기했다는 아폴로 로빈스는 "난 평생 도둑질을 하면서 사람을 속이는 법과 인간의 행동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실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위즈몹이라는 회사를 차려 사기꾼이나 도둑, 해커의 지식을 활용해 인간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덕분에 영화는 사람의 심리를 적절히 활용해 아날로그적이면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케이퍼 무비로 완성됐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지갑이나 귀중품을 어떻게 간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팁(?)을 얻게 되는 것은 이 영화의 덤이다.
2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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