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사법원 '무슬림 해병 탈영' 놓고 법정 논란
'기획탈영' 놓고 공방…무슬림 장병 정체성 혼란 '주목'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2004년 이라크전 당시 미 해병에서 복무하던 '무슬림 통역병'의 탈영 사건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재판은 미군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간 전쟁에 참전한 무슬림 장병들의 고뇌와 압박감을 엿볼 수 있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미 해병 와세프 알리 하순(35) 상병은 지난 2004년과 2005년 2차례 군기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레바논 출신이자 무슬림인 하순 상병은 2004년 6월 이라크 팔루자 기지에서 통역병으로 복무하다가 처음으로 군기지를 이탈해 자신의 고향인 레바논으로 갔다.
그는 레바논에서 미군 당국에 자수한 뒤 그 해 말 본토로 이송돼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르준 캠프의 교도소에 투옥됐다.
하순 상병은 탈영 혐의로 기소됐지만, 크리스마스 휴가를 얻어 유타 주에 있는 집에 들렀다가 2005년 1월 초 다시 캐나다를 거쳐 레바논으로 갔다.
그는 레바논에서 8년간 은둔해있다가 지난해 6월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 수사기관에 자수해 미국 군사법정에 서게 됐다.
군 검찰은 그가 군복무 연장과 부대생활에 환멸을 느껴 탈영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탈영 전 "군기지를 떠나 레바논으로 갈 것이다. 나는 어린애가 아니다"라고 밝힌 사실을 거론하며 '기획 탈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순 상병이 군복무를 하면서 미 해병 장병과 수니파 아랍인 사이에서 정서적 혼란을 겪었다고 부연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레바논에 결혼한 아내와 자식이 있었고, 군복무 중 가족들의 집과 사업체가 폭격을 당하는 등 어려운 사정에 놓여 있었다며 '우발적 탈영'이라고 항변했다.
변호인 측은 또 하순 상병이 미 해병으로 충성심이 강한 군인으로 모범적인 군생활을 했지만, 무슬림이라는 종교적 정체성으로 군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2005년 두 번째 탈영을 놓고서도 공방은 이어졌다.
하순 상병은 두 번째 군 기지 이탈이 레바논에 있는 아내와 이혼하기 위한 것으로, 레바논에서 하루만 있다가 돌아오려고 했지만 수사기관에 붙잡혀 재판을 받고 수감됐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군 검찰은 하순 상병이 레바논에서 수사를 받는 과정에 미국 송환을 요청할 수 있었고, 레바논에 있는 미군 당국에 자수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하순 상병이 지난 1999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왔다가 2001년 9.11 테러를 경험하고 미 해병에 지원했다면서 군 검찰이 의도적으로 '기획탈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맞섰다.
하순 상병은 군 검찰에서 주장하는 '기획탈영'과 군 기물을 훔친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징역 27년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우발적 탈영'으로 판결이 나면 징역 7년형에 1계급 강등·불명예 전역으로 감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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