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특수교육의 길' 택한 모녀…"이제는 선후배"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최근 들어 김은숙(50)씨, 고은석(19)양 모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는 일이 잦아졌다.
대화의 주제는 팔할이 자신들의 전공인 특수교육 분야다. 사실 대화의 대부분은 딸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어머니 김 씨의 생생한 경험담이다.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84학번인 김 씨는 이달 말 박사 과정을 졸업한다. 동시에 딸 고 양은 김씨의 뒤를 이어 같은 대학 특수교육과 15학번으로 입학한다.
모녀가 이제는 선후배 사이가 되는 셈이다.
가족끼리 같은 대학 동문이 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모녀가 나란히 한 길을 선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 더해 고 양이 성적 우수장학생으로 선정되는 겹경사도 맞았다.
고 양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하는 일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선생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고등학교 때 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고 양이 기꺼이 특수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이 분야에서 반평생 가까이 헌신해온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 김 씨는 10년여간 서울맹학교, 연세재활학교 등에서 특수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에서 교육연구관 등을 지냈다.
고 양은 "우선은 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가능한 한 많이 쌓고 나서 기회가 된다면 어머니처럼 특수교육자를 양성하는 일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딸이 대견스럽기는 김 씨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한 번도 권한 적이 없는데 간단치만은 않은 분야에 스스로 도전장을 내민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특수교육은 학문의 깊이만큼이나 진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 자세와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해주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딸과 엄마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지로서 의견을 나누고 싶다"며 응원했다.
'엄마가 곧 나의 롤모델'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고 양의 목표 역시 김 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수교육이 소수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하다 보니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특수교육은 예산을 투입할만한 분야가 아니다'라는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는 교육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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