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NGO 수장 거쳐 동네 그리는 화가로
화가로 변신한 김미경씨 첫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5년 전쯤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죠. 한 1억년 후에는 꼭 화가로 살고 싶다고. 이어지는 직장 생활 속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얼까 계속 생각하다 보니 결국 꿈을 1억년 앞당겨 이뤘네요."
신문기자를 하다 시민단체 수장을 거쳐 지금은 길거리와 옥상을 아틀리에 삼아 동네 풍경을 그리는 화가로 변신한 이가 있다.
23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그 주인공은 작년 초까지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경복궁 서쪽 지역인 서촌 마을을 그리는 '옥상화가' 김미경(55·여)씨다.
김씨는 첫 개인전 '서촌 오후 4시'를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갤러리 '류가헌'에서 내달 1일까지 연다.
그는 국어교사, 여성문화운동가, 신문기자 등을 거쳐 지난 2012년부터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기부 확산 활동에 앞장섰다.
그러던 중 김씨는 작년 2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화가로 변신, 자신이 사는 서촌을 캔버스에 담고 있다.
김씨는 어느 날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아름다운재단 사무실 옥상에 올랐다가 한옥과 양옥이 오밀조밀 모인 주택가와 인왕산 자락과 어우러진 고궁 등 눈앞에 펼쳐진 서촌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기자 시절이던 1989년부터 사내 그림 동호회에 든 것을 계기로 그림을 취미삼아 그려왔지만 이 순간 그림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버렸다는 김씨.
그는 "재단 일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민 끝에 일 중독자로서의 삶을 끝내고 화가로 전업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촌에 대해 "기와집과 빌라, 적산가옥, 인왕산 등 모든 것이 뒤엉켜 있는 우리네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특히 옥상에 오르면 땅에서는 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진다"고 강조했다.
옥상에서 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옥상화가로 불리는 그에게 뜻하지 않은 난관도 있었다.
서촌이 청와대 인근인 까닭에 보안상의 이유로 건물 옥상에 오르는 것을 제지당하기도 했다.
영추문 근처에서 건너편 상점을 그리다 청와대 외곽을 경비하는 202경비단의 제지를 받자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한 끝에 그림을 마저 그릴 수 있었던 일화도 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인터넷에서 모금을 벌였다. 시민들이 십시일반해 모아준 400여만원 중 전시 준비 비용을 뺀 200여만원을 앞서 몸담았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앞서 20일과 22일에는 SNS로 신청한 사람들과 그림에 담긴 서촌 곳곳을 직접 돌아보는 답사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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