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문재인 조문…박지원 "문안 못간것 용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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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숙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인 故 박영옥 씨의 빈소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5.2.22 ksujin@yna.co.kr |
< JP부인 빈소에 드물게 '초당적' 조문행렬>(종합)
MB·이완구 조문…김기춘·박지만 빈소 찾아
김무성·문재인 조문…박지원 "문안 못간것 용서하시길"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김종필(89) 전 국무총리(JP)의 부인 고(故) 박영옥(86)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2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문객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최근 정치인들의 상가에는 같은 진영 쪽 인사들의 조문 쏠림현상이 두드러졌지만, 김 전 총리의 경우에는 비교적 여야 고르게 조의를 표했다.
김 전 총리가 오랜 정치역정에서 여야를 넘나들며 외연을 넓혀왔던 게 하나의 요인으로 꼽혔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 빈소에 도착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영정사진을 쳐다보며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휠체어를 탄 김 전 총리는 빈소 옆 작은방에 온종일 머물며 밤늦게까지 문상객을 일일이 맞았고 정정한 목소리로 대화를나눴다. 저녁 입관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김 전 총리의 생전 부부애가 각별했던 사실이 잘 알려진 만큼 정계 인사들을 위주로 한 문상객들은 고인을 조문한 뒤 상심이 큰 김 전 총리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께 빈소를 찾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조문 후 김 전 총리와 내실에서 대화를 나누며 40분가량 머물렀다.
김 실장은 김 전 총리에게 "사모님은 건강하신 줄 알았습니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고, 김 전 총리는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열어보니까 말기였고 반년 이상 지탱을 했지. 긴 거지…"라며 "(아내가) 건강했는데…. 내 65년 같이 살면서 한 번도 큰 병 앓은 일이 없었는데, 아주 못 된 병에 걸려가지고. 그런데 아주 편안하게 숨을 거뒀어요. (나보다) 몇 발짝 앞서서 간 거죠"라고 말했다.
'포스트 JP(김종필)'라 불리는 이완구 국무총리도 오후 2시30분께조문하고 김 전 총리를 위로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 김 전 총리가 본인을 차에 태우고 충남 부여로 내려가 선산에 마련해 둔 장지를 보여줬던 일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김효재 전 정무수석과 같이 오후 3시께 조문하고 김 전 총리에게 "마음이 아프시겠다"고 위로하고 환담했다.
이날 심대평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정진석 전 의원 등 충청권 인사들은 온종일 번갈아가며 김 전 총리 옆을 지켰다.
심대평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박 여사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선거 때 같이 모시고 다녔던 기억이 많이 남고 청구동 댁에 가면 맛있는 떡국도 끓여 주시던 정겨운 모습만 기억에 남았다"고 회고했다.
이한동 전 총리,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과 자민련 전 부총재였던 김용환 전 의원, 상도동계인 김덕룡 국민동행 상임대표,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 등 원로 인사들도 빈소에 다녀갔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성사시킨 주역이었던 김용환 전 의원은 "작고하신 사모님은 가족같이 지냈기 때문에 눈빛으로 회고하고 서로 위로했다"면서 한때 소원해진 JP와의 관계에 대해 "벌써 오래전에 지난 일은 잊어버렸다. 내가 한국신당으로 분리해서 나갈 때 서로 갈라섰지만 김 총재님과 나하고의 관계는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 이인제 최고위원,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주호영 김영우 심윤조 의원, 성완종 전 의원, 황우여 사회부총리,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병기 국정원장 등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우윤근 원내대표, 양승조 사무총장, 유인태 김영록 서영교 의원 등도 첫날 조문을 마쳤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총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정치지도자로 과거에는 풍운아라 불릴 정도로 굉장히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을 사셨는데 그분을 내조하기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고인께서 고생을 많이 하신 걸로 안다"고 회상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고인을) 자주 뵙진 못했는데 큰 따님이 저와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라 (고인을) 뵈면 제가 따님 친구라 생각해서 항상 따뜻하게 잘해주셨다"며 "헌신적인 분"이라고 회고했다.
1997년 'DJP 연합'으로 정권 창출을 함께 도모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에 애도의 뜻과 함께 박 여사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박 의원은 "여사님은 총리 공관으로, 밤 늦은 시간 신당동 자택으로 총리님을 찾아뵐때면 저를 따뜻하게 껴안아 주셨다. 옆에 계시던 총리님께선 '저 사람은 박 장관만 좋아해'하시며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던 총리님의 슬픔이 오죽하실까 상념에 젖는다"고 적었다.
이어 "여사님께서 자제 분 문제로 제게 전화하시며 간곡하게 말씀하시던 그 인자한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병환 중이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안 한 번 가지 못했음을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며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고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 친형인 박상희씨의 장녀이자 박근혜 대통령과 사촌지간인 까닭에 박 대통령의 동생인 근령, 지만 씨도 빈소를 찾았다.
지만씨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는 현재 쌍둥이를 임신중이어서 동행하지 않았고 지만씨는 친인척 자리를 일일이 돌며 인사하며 저녁까지 머물렀다. 지만씨 조문 당시 김 전 총리의 한 측근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동생을 부르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정의화 국회의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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