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EC출범과 한국기업> ④봉제업협회 회장 "미얀마 마지막 보루"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18 06: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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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원호 미얀마한국봉제업협회 회장

< AEC출범과 한국기업> ④봉제업협회 회장 "미얀마 마지막 보루"



(양곤=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한국 봉제업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미얀마에서 밀리면 더는 갈 곳이 없습니다."

서원호 미얀마한국봉제업협회 회장은 미얀마의 값싼 노동력 때문에 미얀마가 지난 2011년 개혁과 개방을 시작하고 나서 한국 봉제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회장은 그러나 미얀마에서도 임금이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고, 부동산 임대료, 물가 등 기업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해 봉제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며, 미얀마에서 공장을 운영하지 못하면 한국 봉제 기업들은 아시아에서 더는 갈 곳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 미얀마에 진출하는 봉제 기업들은 실패 우려도 적지 않은 실정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봉제업을 영위하기 위해 미얀마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 및 현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제업은 미얀마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분야이며, 미얀마 국내 업계와 중국, 일본 등 외국 업계를 통틀어 한국이 미얀마 봉제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인 봉제업은 아직 임금이 낮은 미얀마에서 당분간 활황을 지속하고,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의 진출도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대표 업종인 봉제업 상황에 대한 서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한국 봉제기업들이 미얀마에 얼마나 진출해 있나.

▲ 협회 정식 회원사가 70여 개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준회원 기업이나 협력사가 50여 개다. 또 가발, 신발, 가방 등을 제조하는 업체가 10여 개 더 있다. 모두 합하면 140여 개 사가 진출해 있으며, 고용 인원이 10만여 명에 이른다. 직원들의 가족들을 합하면 한국 봉제기업들이 40만~5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할 수 있다.

▲ 지난 2011년 민주화 개혁과 경제 개방을 시작하고 나서 한국 봉제기업들의 진출이 늘었나.

--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당분간 미얀마에 진출하는 봉제 기업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 한국 봉제 기업들은 성공하고 있나.

-- 미얀마가 개혁개방하기 전부터 이곳에 진출해 있던 봉제 기업들은 개혁개방 이후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사업이 커지는 등 성공하고 있다. 미얀마 경제가 어려울 때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 노력들이 한꺼번에 결실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 물결을 타고 새로 진출한 기업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인건비와 공장 임대료, 물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규모가 제법 큰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들은 많은 물량을 돌려 이익을 내고 있지만, 영세 봉제 기업들은 미얀마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 1천 명 정도를 고용해 공장을 시작하려면 10년 전에 50만~100만 달러가 필요했던 반면 지금은 200만~300만 달러가 든다. 영세 봉제 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 비용이 그처럼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한국 봉제 기업들이 미얀마에서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 아닌가.

-- 그렇다. 5년만 지나면 양곤에서는 봉제업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 외각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인건비는 중국의 절반, 베트남의 3분의 2 정도로 싸다. 그러나 그 외의 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양곤의 집값은 세계에서 아마 가장 비쌀 것이다.

미얀마는 최빈국인데 물가, 부동산 등 일부 부문에서는 최고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빈국이 개방하면 과거처럼 서서히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IT) 발전, 외국인 투자 등으로 인해 일부 분야에서는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미얀마 봉제업 투자 환경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 방글라데시에서 11년, 중국에서 2년 봉제업을 했는데 방글라데시보다는 좋고 중국보다 좀 떨어지는 것 같다. 미얀마 인들은 착하고, 잠재력이 많다. 잘 가르치고, 이끌면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 미얀마가 한국 봉제업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 그렇다. 아시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다. 미얀마보다 임금이 더 싼 곳은 없기 때문이다. 미얀마에서 봉제업을 못하면 아시아에서는 더이상 갈 곳이 없다. 미얀마에서 임금이 오르면서 이미 아프리카 등으로 진출하거나 공장을 옮기는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미얀마에 시장을 열어주면 미얀마 봉제업이 큰 호황을 맞을 것이다. 미국은 매년 미얀마에 대한 제재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데 일부 제재를 풀었으나 아직 미얀마 상품에 시장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제재를 해제할 듯하면서 계속 연장하는 것이 벌써 5년 정도 된다. 미국이 시장을 열면 미얀마에서 봉제업 호황이 10년은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

-- 봉제업계의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인가.

▲ 통신, 전기,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이 열악해,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 봉제업의 경우 노동자의 생산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이는 미얀마가 숙련공을 대량 배출할 만큼 제조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제조 물량이 많으면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 생산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봉제업을 비롯해 제조업계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노동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다.

-- 민주화 개혁 바람과 연말 총선을 앞둔 상황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다. 한국 봉제 업계에서 노사 관계는 원만한가.

▲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5년 전에 5~10달러였던 봉제업계 근로자 월급이 2010년에 60달러로 오르고, 2013년에 90달러로 인상됐으며 지난해에는 120달러까지 올랐다. 지속적으로 30~40% 오르는 셈이다.

올해는 아직 임금협상 시기도 아닌데 50~60%의 임금인상을 요구해 노사분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업계의 경우 소유주가 현장에서 직접 경영하는 오너 기업들은 노사관계가 대체로 원만하다. 그러나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관리자가 운영하는 기업들은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본사와 협의하느라 의사 결정이 느리고, 오너가 아니어서 아무래도 현장 밀착 경영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지 직원들과 가족처럼 지내야 성공할 수 있다.

노사분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사가 조심하고 있으며, 개별기업, 협회, 한국대사관, 코트라(KOTRA) 등이 미얀마 노동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 운동가, 야당 인사 등이 근로자를 위장해 공장에 침투하고 있어 분규 우려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 미얀마에 진출하고자 하는 봉제기업에 당부할 사항은.

▲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실패한 기업 중에는 빨리 투자해 이익을 빼먹겠다며 성급하게 나선 경우가 적지 않다. 최소한 3개월 정도는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미얀마 인들의 습성을 익히는 등 현지 상황에 직접 몸으로 부딪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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