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대생 살인 사건에 공분…대규모 시위사태로 확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16 19: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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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성, SNS로 성범죄 피해 공유 운동…"너도 말하라"
野 "與 집권 12년간 성범죄 400% 급증"…사형제 부활 논의도

터키 여대생 살인 사건에 공분…대규모 시위사태로 확산

터키 여성, SNS로 성범죄 피해 공유 운동…"너도 말하라"

野 "與 집권 12년간 성범죄 400% 급증"…사형제 부활 논의도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터키 마을버스 기사가 여대생을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살해하고 잔혹하게 유기한 사건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터키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규탄 시위가 벌어졌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성범죄 피해 사례를 공유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야당은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비판했다.

터키 일간 자만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남부 메르신 주 타르수스 군에서 마을버스 기사 수피 알튼되켄(26)이 버스에 마지막으로 남은 승객인 여대생 외즈게잔 아슬란(20) 씨를 살해했다.

아슬란씨가 최루액을 뿌리며 맞서 싸우자 범인은 흉기로 찌르고 둔기를 휘둘러 살해했으며, 아버지와 친구를 불러 사체를 인근 하천에 유기했다.

범인은 아슬란씨가 저항하면서 얼굴에 상처를 내자 증거를 없애려고 그의 손을 자르고 불에 태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자 부모의 실종 신고를 조사하다 지난 13일 마을버스가 노선이 아닌 지역을 운행한 것을 수상히 여겨 수사한 결과 버스 안에서 혈흔과 피해자의 모자를 발견하고 이들을 체포했다.

지난 14일 치러진 아슬란씨의 장례식에는 5천여명이 조문했으며 이슬람교 전통과 달리 여성 수백명이 운구했다. 이맘(이슬람 성직자)은 여성들에게 관을 운반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메르신 등에서는 15일 여성인권단체와 교원조합 등이 주도한 시위에 수만명이 참가해 정부를 비판했다.

교사조합 타르수스 지부의 야세민 위젤 부대표는 "이 살인은 개별 사건이 아니다. 터키에서는 하루에 5명꼴로 여성이 살해되고 있다"며 정부가 남성우월적 발언 등으로 여성 살해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르수스 지역 여성들은 아이셰누르 이슬람 가족사회정책부 장관이 유족을 만나 조문하자 이슬람 장관에 항의하기도 했다.

메르신 인근 주인 아다나의 여성기업가협회 엘리프 도안 회장은 15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내일 다른 외즈게잔을 잃게 될 것이다. 살인자들이 투옥돼도 이런 살인자의 정신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치권에 남성지배적 인식을 근절하는 대책을 촉구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세즈긴 탄르쿨루 의원은 16일 의회에 경찰이 여성 피해 사건을 축소하는지를 따지는 대정부 질의서를 제출했다.

탄르쿨루 의원은 2002년부터 집권한 정의개발당(AKP) 정부 기간에 성범죄는 400% 늘었고 여성 살인 피해자는 1천400%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만 여성 29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아흐메트 다부토울 총리에게 "여성이 당한 모든 폭력 사건의 배경은 여성의 역할을 가사와 육아로 제한하는 정부 정책과 여성 피해 사건을 조작한 정부 관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따졌다.

이슬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은 남성우월적 성향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여성과 남성은 다르게 만들어졌고 본성이나 체질도 다르다. 우리의 종교는 여성의 역할을 어머니로 규정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대표적 친정부 일간인 예니샤파크의 칼럼니스트들은 15일 "미국에서는 2분에 1명꼴로 성폭행이 발생한다"며 이 사건의 파문을 축소하려 하거나 "밤낮으로 성의 자유, 여성의 사회진출을 소리지르더니 이것이 그 결과"라며 여성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발언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에 터키 여성들은 트위터에 이들을 비난하는 글을 대거 올리며 성범죄 피해 경험을 공유해 심각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너도 말하라'라는 뜻의 터키어 "sendeanlat"에 해시태그(#)를 붙였다.

유명 축구선수 출신인 하칸 슈큐르 의원(무소속)도 트위터에 "두려워 말고 당신도 말하라. 침묵은 당신의 악몽을 끝낼 수 없으며 악마들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썼다.

이스탄불대학교 등 전국 대학 곳곳에서 학생들은 아슬란씨의 사진 앞에 초를 밝히고 헌화하면서 남성의 폭력을 비난했으며, 16일 오후에도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예정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사건의 파문은 사형제 부활 논의로 이어졌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범인들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요구했고, 니하트 제이벡지 경제부 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사견을 전제로 터키가 2002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폐지한 사형제를 다시 도입하는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르신 변호사협회 알파이 안트멘 회장은 이 범인들의 변호를 맡지 않겠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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