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유치원 부주의에 7세女 홀로 방치 '공포의 40분'(종합)
(용인=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 한 공립유치원이 7세반 여아를 유치원 밖에 방치했다가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접수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홀로 남겨진 아이는 40분 거리에 떨어진 집까지 걸어갔고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무사했지만, 그 시간 동안 추위와 공포에서 떨어야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일 오후 3시45분께 용인시 한 공립유치원 하원시간에 발생했다.
이날 유치원 원아들을 태운 통학버스는 7세반에 다니는 A양은 태우지 않고 출발했다.
A양이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했다"고 차량 도우미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A양과 어머니는 유치원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진 않았다. A양 어머니는 "수요일에 데리러 가는 날이 많아 아이가 착각했을 수 있다"고 했다.
원칙상 유치원은 언제 어디서든 원아가 혼자 행동하는 경우가 없도록, 교사들의 시야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교육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량 도우미는 아이를 유치원 교사에게 인계하거나 최소한 현관 안에 들여보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날은 유치원 앞에 세워둔 채 떠났다.
A양은 날씨가 추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문은 잠겨 있었고 초인종 버튼도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어 그대로 10분간을 서 있어야 했다.
그리고 잠시 뒤 A양은 현관 앞에 있는 대문을 열고 도로로 나섰다. 유치원 현관을 비추는 CCTV에 찍힌 A양의 모습은 여기까지였다.
집앞에서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던 A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내리지 않자 유치원을 찾았다. 그러나 유치원에서도 A양이 보이지 않아경찰에 신고하고 교사들과 아이를 찾아 나섰지만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40여분 뒤인 오후 4시20분께 한 주민으로부터 'A양을 집앞에서 봤는데 너무 힘들어 보인다'는 연락이 왔고, 다행히 A양은 집에서 발견됐지만 한동안 공포감에 시달려야 했다.
A양 학부모는 "혼자서 유치원 버스가 다니는 길을 기억해 찾아왔다. 집에 오기까지 교통사고나 납치 등 수많은 일이 생길 수 있던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유치원은 '아이가 똘똘해 집을 잘 찾아가 다행'이라고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아이가 하루종일 울었다. 유치원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낮에도 으슥한데 얼마나 무서웠겠느냐. 이튿날에는 아프다며 발도 디디지 못했다"며 "어떻게 아이 말만 덜컥 믿고 두고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학부모나 교사한테 확인전화 한 통만 해봤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유치원 원장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생겨 죄송하게 생각한다. '엄마가 금방 온다'는 말에 문앞에 두고 간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안전지도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고 차량 도우미 등 교사들에 대한 지도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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