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스승에서 대선 라이벌로' 루비오, 부시와 거리두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13 16: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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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 받은 적 없다"…대선 앞두고 20년 정치적 동지관계 흔들

'정치 스승에서 대선 라이벌로' 루비오, 부시와 거리두기

"가르침 받은 적 없다"…대선 앞두고 20년 정치적 동지관계 흔들



(서울=연합뉴스) 문정시 기자= 정치적 스승과 제자로 끈끈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연방상원의원(플로리다주)이 대권을 앞두고 갈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0년 루비오가 상원의원에 당선되던 날 부시 전 주지사는 환호하는 공화당 지지자들 앞에서 루비오가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반복했다. 그 2년 뒤 루비오는 회고록에서 부시야말로 "플로리다 정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찬사를 바쳤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회고록에서 부시 전지사가 2010년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면 아무도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그에게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히 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루비오는 부시에 대한 도전, 그것도 훨씬 더 큰 무대에서 실행에 옮기기 직전의 상황에 있다. 지난 며칠 동안 루비오는 대권에 도전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를 위해 부시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인상을 계속 심어주고 있다.

플로리다주 정계에서는 오랫동안 62세의 부시 전지사를 스승, 43세의 루비오를 학생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루비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나를 앉혀놓고 가르침을 준 것은 아니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루비오와 부시가 나란히 대권에 도전한다면 지난 20년 동안 정치적 동지였을 뿐만 아니라 마이애미라는 같은 도시에서 같은 정치적 인맥, 같은 히스패닉 문화를 배경으로 성장한 두 사람이 정면으로 충돌함을 뜻한다.

부시의 아내는 멕시코계이며 부시 본인도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쿠바 이민의 아들인 루비오는 부시야말로 "사실상 쿠바인이며 키만 더 클 뿐"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처럼 단단해 보이는 유대는 지난 수년간 두 사람 모두에게 자산이 됐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정치가문 출신의 부시는 젊은 히스패닉 공화당원들의 멘토라는 이미지로 덕을 보았다. 루비오도 부시의 동지라는 이미지를 통해 유망한 소장 정치인이라는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동지에서 정치적 라이벌로 맞붙는다면 각자의 약점이 부각될 수도 있다.

루비오는 부시와 비교하면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반면 전직 대통령들의 형제, 아들이기도 한 부시 전 지사는 루비오에 비교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

부시와 루비오를 모두 알고 있는 주변인들은 둘이 긴밀한 친구로서 결코 충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줄곧 현실이라기보다는 가공의 얘기에 가까운 것이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로비스트이자 기부금 모집책으로 활동하는 브라이언 발라드는 워싱턴 포스트에 두 사람의 관계는 대단한 것이었지만 "때로는 친구들과 경쟁하게도 된다"고 말했다.

루비오는 언론 인터뷰에서 더욱 분명히 선을 그었다. "나는 결코 그를 위해 일하지 않았다. 나는 결코 그의 참모가 아니었다"고 말한 것이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은 루비오가 1996년 봅 돌 상원의원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할 때였다. 그 2년 뒤 26세가 된 루비오가 서부 마이애미의 공직에 도전하자 부시는 50달러짜리 수표를 건네주었고 당선 확정 당일에는 그를 직접 찾아가 축하했다. 작은 제스처였지만 부시가 루비오의 출세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공화당 소속 멜 마르티네스 상원의원이 2009년 조기 은퇴를 선언하자 루비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시의 출마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부시는 불출마를 결심했을 뿐 아니라 그가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나서도록 격려한 몇몇 사람 중 하나였다.

경선은 애초 찰리 크리스트 주지사가 크게 우세했고 부시는 초반에는 공개적으로는 어느 편도 편들지 않았다. 루비오가 지역구를 열심히 뛰어다니며 세를 모아 승리가 굳어진 막판에 부시는 공식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부시가 최근 대선을 노린 포석으로 몇 주간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자 플로리다주의 많은 지지자들은 루비오가 다음 차례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 루비오는 대권 도전에 지속적 관심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루비오는 언론 인터뷰에서 '스승과 제자' 관계라는 것이 과장된 것이라는 시각을 반박하지 않았다.

루비오는 12일 현지 신문 더 모인 레지스터에 실린 인터뷰에서 "나는 부시 주지사와는 다른 재정적, 정책적 지지자 기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나는 이 나라에 신세대 리더십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의 데니스 로스 연방하원의원(플로리다주)은 루비오가 다음 기회를 위해 상원에서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가 마르코에 대해 알고 있는 단 한가지는 그가 다소 참을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루비오와 함께 강사로 일했던 다리오 모레노는 루비오와 부시가 "친하지만 친구는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 뜨거운 샤워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치적 동지였고 늘 그랬었다"고 말했다.

모레노는 두 야심많은 정치인들이 대단한 목표가 눈 앞에 있을 때 서로를 대적할 생각을 한다는 것이 놀라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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