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충성세력까지…중동 혼란 축소판된 예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12 16: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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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충성세력까지…중동 혼란 축소판된 예멘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시아파 반군 후티의 정부 전복으로 권력 공백의 혼란이 깊어지는 예멘에서 급기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공개적으로 맹세하는 무장조직까지 등장했다.

이로써 혼돈을 거듭하는 중동에 발을 담근 주요 플레이어가 걸프지역 최빈국 예멘에 모두 집합,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됐다.

테러·극단주의 감시단체 시테는 알카에다를 추종하던 예멘의 무장세력이 알카에다 대신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성명을 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예멘에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첫번째 조직이 등장한 셈이다.

무력으로 예멘의 정치적 실권을 장악한 시아파 반군 후티는 이란과 긴밀히 연결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과 이웃 걸프국가가 한목소리로 후티를 비난했지만 이란은 '예멘의 자주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만 했다. 후티의 예멘 장악이 이란으로선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속내가 담겼다.

후티의 현실적인 상대는 예멘 중부에 근거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다.

IS의 기세에 최근 위축되긴 했지만 AQAP는 여전히 미국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보는 테러집단이며 지난달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배후를 자처, 존재감을 과시했다.

AQAP는 후티 뿐 아니라 IS와도 관계가 좋지 않다. 이 조직은 IS의 칼리파제 국가 설립 주장에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중동 사태의 핵심 등장인물인 미국 역시 예멘 사태에 깊숙이 개입됐다.

미국은 걸프지역 내 이란의 세력확장을 막고 AQAP에 대응하기 위해 예멘을 경제적·군사적으로 지원해왔다.

미국은 2012년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가 퇴출당한 뒤 세워진 과도정부를 통해 친미 정권을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했던 이 시나리오는 반미 성향의 후티가 지난해 9월 정치적 실권을 손에 넣는 바람에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현재는 일단 후티보다 AQAP를 주적으로 보고 무인기로 이들을 간헐적으로 공습하고는 있다.

AQAP를 소탕하려면 예멘 정부와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지만, 후티의 쿠데타로 미국의 예멘 내 대테러 정책이 길을 잃고 말았다.

친이란 정권인 시리아에서 정부군과 IS, 반군 사이에서 미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과 판박이다.

수니파 맹주이자 이란과 대척점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살레 전 대통령 세력을 끈으로 예멘에 발을 들여놓았다. 살레 전 대통령은 3년전 하야했지만 예멘에서 영향력이 여전하다.

그는 시아파 정권으론 드물게 34년의 독재기간 미국·사우디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노련한 정치인이다.

예멘 정부군 고위층엔 살레에 충성하는 세력이 건재하다. 게다가 예멘 의회의 70% 이상을 차지한 국민의회당(GPC)의 당수다. 예멘의 평화적 정권이양이 되지 못한 데엔 살레 세력이 배후에서 끊임없이 정국을 흔들어 댄 탓도 있다.

사우디는 '이란의 대리인'으로 믿는 후티가 집권하기 바라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다루기 쉬운 살레 전 대통령의 활약을 바라고 있다.

이런 파워게임에 능숙한 살레 전 대통령은 사우디와 우호를 유지하면서도 후티가 자신과 같은 시아파의 일파 자이디파라는 점을 이용, 물밑에서 지원하며 줄타기를 하고 있다.

IS에 충성을 맹세한 무장조직의 실체와 규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성격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충성맹세를 발표한 성명에서 알카에다에 대한 충성을 무효화한다고 선언, AQAP와 선을 그음과 동시에 "'배교자'를 공격하는 데 전문적인 부대를 조직했다"고 밝혀 후티에 대한 적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수니파 무장조직이 언급하는 '배교자'는 서방을 뜻하는 '불신자'와 달리 시아파를 겨냥한 경우가 흔하다.

여기에 통일 이전의 남부 자치통치를 원하는 분리주의 세력이 가세했다. 이들은 IS 사태를 틈 타 숙원인 독립정부를 세우려는 쿠르드자치정부와 비교할 수 있다.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반군, IS, 알카에다, 미국, 사우디가 혼재된 예멘의 앞날은 그야말로 '아군도 적군도 없는' 갈등과 충돌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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