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중국 당국자도 북중관계 소원해진 사실 인정"
"중국, 북핵문제 진전없는 상황서 최고위급 교류에 부담"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이준삼 특파원 = 권영세 주중 대사는 11일 중국의 당국자들도 북중 관계가 과거와는 달리 소원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권 대사는 연합뉴스 및 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통해 "북중 관계에 전략적 변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과거 같지는 않다는 것은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중국 학자들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자들도 과거의 북중 관계와 같지 않고 과거보다 소원해졌다고 실제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사는 북중 관계를 변화시킨 결정적 원인으로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과 그해 12월 북중간 채널 역할을 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을 꼽으면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고집스러운 거부 행태도 북중 관계를 소원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5월 러시아 방문과 연내 방중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사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핵 문제에 전혀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교류, 특히 최고위급 교류를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언급, "한미간 협의한 것도 없고 우리가 결정하거나 미국에서 요청한 것도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국익과 굉장히 긴밀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란 점에서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이야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대사는 북핵 6자회담의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에 대해 우리 측 주도로 의견접근이 되고 있을 것으로 보지만 문제는 북한이 그 안을 받아들여서 회담장으로 나올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문제 해결은 물론 장기적으로 통일까지 이르는 과정에서도 6자회담 참가국 4개국(미·중·러·일)과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6자회담의 틀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교 23주년을 맞은 한중관계에 대해 "양국이 북한 문제나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아주 긴밀하고 허심탄회하게 전략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과거 '정랭경열'(政冷經熱)의 관계에서 현재 '정열경열'(政熱經熱)의 관계로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권 대사는 한중간 군사교류·협력 문제에 대해선 "공동의 적을 상대로 가상군사훈련 등으로 나아가는 것은 지금 당장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수색구조, 해적퇴치 문제 등 군사 문제에서도 얼마든지 협력 분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대사는 지난해 타결 선언을 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가서명의 날짜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본(정식)서명과 국회비준 절차까지 올해 말 안에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권 대사는 양국간 해양 경계획정 협상에 대해서는 "본회담을 시작하면 실제 최종타결에 이르기까지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아 당장 1~2년 사이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그는 개각을 앞두고 통일부 장관 발탁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직이든 언론에서 그 직을 감당할 정도의 능력이 된다고 평가해 주는 것이라 고맙게 생각하지만 인사와 관련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면서 "중국 공관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한중 관계, 대북 관계 등 업무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사가 지난 2013년 6월 부임한 이후 한국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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