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지방(<마우나리조트 참사 1년> ①흔적은…)
<마우나리조트 참사 1년> ①흔적은 사라져도 상처는 남았다
체육관 철거했지만 '수사 중' 노란색 폴리스라인 군데군데 남아
아직 중상자 6~7명 포함해 부상자 30여명…13명은 2심 재판 중
<※ 편집자주 = 지난해 경북 경주의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오는 17일로 1년이 됩니다.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로 드러났습니다. 연합뉴스는 사고 이후에 현장이나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사고 후 대책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등을 짚는 4편의 기획기사를 송고합니다.>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9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에 있는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맑은 날씨 속에 찬 바람이 불어 여전히 겨울이 물러가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이곳은 지난해 2월 17일 오후 9시께 체육관이 무너지는 바람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부산외대 신입생 등이 죽거나 다친 장소다.
사망자 10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공식적으로 214명에 이른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은 그때의 사고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경찰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던 체육관 주변 리조트빌라 주차장은 텅 비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사고가 난 체육관은 지난해 7월 말께 철거됐다.
체육관 자리는 현재 비어 있다.
그러나 저강도 부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주기둥이 서 있던 흔적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깨진 유리나 '수사 중'이라고 적힌 노란색 폴리스라인 테이프도 군데군데 남아 있어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사고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지어진 체육관이 지붕에 쌓인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으면서 발생했다.
당시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체육관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의 여러 단계에서 모두 부실해 일어난 '인재'였음이 드러났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체육관 붕괴 사고는 지붕 패널을 받치는 금속 구조물인 중도리 26개 가운데 14개를 지붕 패널과 제대로 결합하지 않고 주기둥과 주보에 저강도 부재를 사용한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차적으로 고강도 무수축 모르타르 등도 시공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리조트 측은 건물 천장이 눈 하중에 약한 구조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일에 걸쳐 눈이 왔지만 지붕에 쌓인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백명이 참석하는 행사를 강행했다가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발생 후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체육관 설계·시공·감리 담당자, 리조트 관계자 등 13명에게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폭설이 사고의 한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나 자연재해가 아니라 건축물 설계, 시공, 유지·관리 각 단계에서 각자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라며 "피고인들은 의무를 저버리면서도 별다른 문제의식조차 갖지 않았다"고 밝혔다.
2심 재판은 대구고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코오롱 측은 체육관을 철거한 이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지 1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건물을 새로 지어 주변의 이목이 쏠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외에도 세월호 참사가 겹치면서 이 리조트에서 행사를 여는 단체가 줄었다.
예년 같으면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회사 연수 등으로 북적일 때지만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오가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리조트 관계자는 "아무래도 행사가 줄면서 경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맞다"고 털어놓았다.
리조트 측에서는 사고 이후에 3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리조트 측은 부상자 몇 명과 민사소송도 벌이고 있다.
코오롱 측이 파악한 현재 부상자는 30명 정도에 이른다. 외상을 입은 중상자 6∼7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코오롱 측은 이들과 대다수 합의했으나 몇 명과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망자 유족과는 사고 직후에 합의를 마쳤다.
바닷가와 가까운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리조트의 지리적 특성상 겨울에 눈이 자주 내린다.
눈이 내릴 때마다 리조트 직원은 긴장하곤 한다. 사고가 떠올라서다.
리조트의 한 직원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부분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겨울에 눈만 오면 경각심을 갖고 제설작업을 펴고 있고 각종 행사를 열거나 업무를 볼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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