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나리조트 참사 1년> ②아물지 않은 상처·변하지 않은 사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10 1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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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자 아직 병상, 학생들 후유증 호소…추모사업 난항
△ '리조트참사 1주기' 부산외대에 추모공간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오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참사 1주기를 앞두고 부산외국어대학 체육관에 사고로 숨진 학생 9명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2015.2.10 wink@yna.co.kr

<마우나리조트 참사 1년> ②아물지 않은 상처·변하지 않은 사회

중상자 아직 병상, 학생들 후유증 호소…추모사업 난항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사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지만, 도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우리 아이가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정말 견딜 수 없이 힘듭니다."

지난해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딸을 잃은 고 박주현(당시 19세) 양의 어머니는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깊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양은 당시 부산외국어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에 입학한 신입생으로 총학생회에서 주최한 환영회에 따라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박 양의 어머니는 10일 "붕괴사고가 난 뒤 '어른들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해 정말 미안하다'고 했지만 바뀐 것이 없어요. 두 달 뒤 세월호 사고도 발생하는 등 지난해에만 각종 대형 사고가 잇따랐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게 참 답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바뀐 것이 없어요"…살아남은 자의 고통 '여전'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뿐만 아니라 직접 피해를 당한 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심각한 상태다.

사고로 허리를 다쳐 8주 진단을 받았던 A(20)양은 지난해 3개월 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다.

현재 외상은 회복됐지만, A양은 "승용차를 타면 사고가 났던 체육관이 떠올라 갑자기 무섭고 온몸이 떨린다. 특히 강당같이 폐쇄된 곳에는 들어가기조차 겁나서 아예 피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A양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세상의 관심은 이미 멀어진 지 오래"라며 "결국 사고 당사자만 후유증을 안고 평생을 버텨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너진 천장 구조물에 깔려 중상을 입었다가 현재 재활치료와 함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B(19) 양은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다.

붕괴사고가 난 지 1년이 흘렀지만 피해 학생들은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여전히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도 있다.

당시 크게 다친 5명의 학생 가운데 1명은 추가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에 놓였고, 나머지 4명은 힘든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치료와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워 지난해 휴학을 선택했다.

◇ 보상협의 아직 '진행 중'…심리 상담 600여건

마우나오션리조트와 모 기업인 코오롱 측은 피해 학생들과 지난해부터 보상협의를 진행, 현재 300여명과 합의했고 30여명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코오롱 측은 "치료가 더 필요한 학생들은 완전히 치료가 끝난 뒤에 보상을 논의하는 것이 도의상 맞다"라는 입장이다.

피해 학생의 부모인 김모(45)씨는 "합동영결식이 끝나고 숨진 학생들의 보상이 끝나자 학교는 개인이 보상협의 등을 알아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며 "어쩔 수 없이 손해사정인을 고용해 합의했다"며 학교 측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외대는 사고 후 학생들의 정신·심리치료를 위해 학내에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해왔는데, 현재까지 사고 트라우마로 상담을 거쳐 치료까지 이어진 사례만 600건이 넘었다.

300여명의 피해 학생이 평균 두 번가량 심리상담을 받은 셈이다.

부산외대는 피해 학생들의 심리치료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사고수습실무대책위원회와 상담센터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어느 정도 회복됐다가도 불시에 재발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사실상 완전 치유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 희생자 추모 사업도 '난항'

사고 직후 학교 측이 약속한 희생자 추모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사망 학생 유족과 학교 측이 합의한 학내 추모공원은 사고 1년이 되기 전에 건립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부산외대는 애초 3월까지 남산동 캠퍼스 내에 추모공원을 준공하기로 했지만, 조성 과정에서 그린벨트 훼손 문제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부산외대는 11일부터 17일까지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체육관 인근에 별도의 분향공간을 설치해 숨진 학생들의 넋을 기릴 예정이다.

그러나 추모공원의 위치와 위상을 두고 학생 유족과 대학 간에 이견도 불거지고 있다.

부산외대는 추모공원을 애초 정한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 짓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부 유족은 "추모공원이 구석진 곳이 아닌 교육차원에서라도 부끄럽지 않은 곳에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외대 측은 "추모기간이 끝나면 추모공원의 위치와 건립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후배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숨져 의사자로 지정된 고 양성호(25) 학생의 어머니 하모(52)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유족들은 정당한 권리마저도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무리한 요구로 비치고 있어 대단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학교 측이 진실하고 성의있는 태도를 가져 자식을 잃은 가족을 두 번 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씨는 "학교 측이 트라우마를 겪는 학생들을 배려한다는 의미로 추모사업을 축소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추모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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