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주민 "예정대로 사용 종료" vs 서울·경기 "대체지 없어 연장"
![]() |
△ 매립되는 수도권 쓰레기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시가 201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한 가운데 3일 오전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한 근로자가 수도권에서 수집한 쓰레기를 매립지역에 내리고 있다. 2014.12.3 tomatoyoon@yna.co.kr |
<지역 이슈> 수도권매립지 2016년 사용 '종료'냐 '연장'이냐
사용종료 2016년 임박…서울·경기·인천·환경부 합의로 본격 논의
주변 주민 "예정대로 사용 종료" vs 서울·경기 "대체지 없어 연장"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2015년 초 인천지역을 관통하는 최대 화두는 단연 '쓰레기'다.
서울·경기·인천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의 사용종료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매립지를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지의 문제가 최근 지역의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매립지 사용종료 기한인 2016년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매립지를 마련하지 못한 서울·경기는 현 매립지에 쓰레기를 좀 더 묻게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매립지 인근 주민들은 "20여년 간 겪은 악취·소음 등 환경피해를 더는 감내할 수 없다"며 "2016년 말 사용 종료 약속을 지키라"고 하고 있다.
2천500만 수도권 주민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매립지 인근 주민 "20여년 참았다…2016년 문 닫아라"
인천시 서구 백석동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2월 쓰레기 반입을 시작했다.
서울 난지도 폐기물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당시 뻘이었던 공유수면을 매립, 1천541만㎡ 규모의 거대한 매립지가 조성됐다.
조성 당시만 해도 2016년이면 매립지가 쓰레기로 꽉 차 더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추산됐다. 사용종료 기한이 2016년 말로 정한 이유다.
그러나 1995년 도입된 쓰레기종량제로 사정이 바뀌었다.
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양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현재 매립지 4개 구역의 절반은 비어 있다.
1매립장(404만1천㎡)은 2000년 10월 매립이 끝나 대중 골프장 드림파크CC로 탈바꿈했다.
현재 쓰레기 매립이 이뤄지는 2매립장(355만㎡)은 매립률이 약 90%로 2017년 11월까지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3매립장(307만1천㎡)과 4매립장(338만㎡) 부지는 기반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당장 사용할 수는 없다. 침출수 처리시설과 가스 포집시설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면 2044년까지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매립지 사용 시점을 둘러싼 갈등은 여기서 출발했다.
매립지 인근 주민들은 악취·소음 피해를 겪으면서도 매립지 사용이 곧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2016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쓰레기 매립지가 문을 닫고 훗날 친환경단지로 탈바꿈하면 집값도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매립지 사용기간을 더 연장해 달라고 하니 주민 처지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주민들은 연일 규탄집회를 열며 매립지 사용종료를 촉구하고 있다.
매립지 조성 초기 주변은 허허벌판이었지만 도시화의 진행으로 반경 5km 안에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가 들어섰다. 어느덧 인천 서구에만 50만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 "대체 매립지 없는데…" 속 타는 서울시·경기도
답답한 쪽은 서울시와 경기도다.
현 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 중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양은 각각 44%, 40%로 상당한 비중이다. 인천 쓰레기는 16%에 불과하다.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한 서울시·경기도로서는 예정대로 2016년 말 매립지가 문을 닫으면 '쓰레기 대란'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입장이다.
서울시·경기도·환경부가 아무 대가 없이 매립지 사용 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매립지 지분(서울시 71.3%, 환경부 28.7%)을 모두 인천시에 넘기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할권도 인천시에 이양하기로 했다.
매립지 주변 지역 개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폐기물 반입수수료의 50%를 가산금으로 징수해 인천시 특별회계로 전입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서울·경기·인천·환경부 등 매립지 4자협의체가 지난달 9일 합의된 내용으로 인천으로서는 상당한 재정적 이득이다.
인천시는 경제적 가치로만 따지면 향후 15년 간 6조1천5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여전히 2016년 매립지 사용 종료를 강조하고 있다.
◇ 유정복 시장도 '공약 이행이냐 파기냐' 고민…중대 기로
인천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016년 매립지 사용 종료는 유정복 시장의 공약이다.
공약을 지키려면 현재 매립지 사용을 2016년 중단하고 이를 대체할 매립지를 건설해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용능력이 남아 있는 현재 매립지 문을 닫고 새로운 대체 매립지를 조성한다는 것은 사업의 당위성이 떨어진다.
인천시에는 신규 매립지를 조성할 재정적인 여력도 없다. 대체 매립지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도 거셀게 뻔하다.
또 고민스러운 건 님비 여론이다.
"매립지에 여유 공간이 충분하고 다른 대체 부지를 마련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를 잘 알면서 인천시민들만이 사용 종료를 주장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인천시는 지난달 4자협의체 합의 이후 '2016년 사용 종료'와 '2017년 이후 연장'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는 "4자협의체 합의가 매립지 사용 연장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속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2016년 매립지 사용을 종료토록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것도 아니다.
시는 "시민의 뜻에서 매립지 현안을 풀겠다"며 주민단체가 참여하는 '매립지 시민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난달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여야 시당이 불참을 표명하는 등 첫날 회의에 전체 위원 27명 중 16명만이 참석, 출발부터 파행을 피하지 못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첫 회의에서 "4자협의체 합의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은 별로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현안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시민 의견을 진솔하게 경청해 매립지 현안을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힘 있는 시장론'을 강조해 온 유 시장으로서는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매립지 사용종료로 주민 환경권을 지킬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것인지, 현실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이득을 최대한 챙기는 '실리'에 치중할 것인지, 이를 적절히 조화하는 새로운 솔로몬의 답을 찾아낼지 인천의 선택이 주목된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