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② 대포통장 단속 '풍선효과'…새 수법 출현
보이스피싱 조직, 계좌송금 대신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도록 유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필수요소인 대포통장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우회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포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돈을 넣어두도록 하거나 구직자들을 속여 대포통장을 만들도록 유인하고 있다.
8일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70대 전직 교사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5천여만원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보이스피싱 조직은 "개인 정보가 도용돼 은행계좌에 있는 돈이 인출될 수 있다"라는 전형적인 수법을 썼으나 그다음이 달랐다.
안전한 계좌라며 자신들이 마련한 대포통장 계좌로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금감원 안전금고에서 관리해주겠다"며 돈을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어두도록 안내한 것이다.
이들은 돈을 넣을 특정 지하철역의 물품보관함 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피해자가 돈을 보관함에 넣도록 했다.
혜화경찰서가 최근 검거한 보이스피싱 일당도 이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국가안전보관함에 보관해주겠다"고 속인 뒤 피해자들이 돈을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게 했다.
대포통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으로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이 같은 수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24일부터 2개월간 대포통장, 대포폰, 대포차 등 대포물건에 대해 특별단속을 벌여 대포통장 7천29개를 적발했다. 이어 지난해 10월까지 경찰 단속에 적발된 대포통장은 2만 391개에 달했다.
대포통장의 유통규모가 연간 4만개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그 절반가량이 경찰에 압수된 셈이다.
대포통장 공급이 부족해지니 대포통장 거래가도 올라가는 추세다. 대포통장은 통상 1개당 100만원에 거래되는데 최근에 는 수백만원까지 '몸값'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출금한도가 600만원이고, 대포통장은 한번 범죄에 사용하면 곧 거래가 정지되므로 대포통장 한 개로 거둘 수 있는 총 '매출액'은 600만원으로 한정된다.
보이스피싱에 수십 명이 가담하기 때문에 대포통장 가격이 너무 오르면 대포통장을 활용한 범죄가 수지타산이 안 맞게 돼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다른 수단을 찾는 것이다.
대포통장을 만드는 방법도 교묘해 지고 있다.
과거에는 노숙자들을 꼬드겨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통장을 개설하거나 신용불량자 등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통장을 만들어 주면 대출해주겠다고 속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일자리를 미끼로 젊은 구직자들을 등치는 수법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초 인천의 한 여고생이 당한 '쇼핑백 접기' 사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여고생은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서 '백화점 납품용 쇼핑백 접기' 공고를 보고 이 일에 지원했다가 금융거래 제한 조치를 당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제때 물건을 주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체크카드를 받아둔다는 업체 측의 말만 믿고 넘긴 여고생의 체크카드가 범죄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빌려 그럴 듯하게 회사를 차려놓고 구직자들에게 신분증 겸 체크카드를 만든다고 속여 계좌정보와 체크카드를 받고서 사라지는 통장모집 조직도 있다.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통장모집책으로부터 대포통장을 사는 대신 인출 아르바이트생에게 통장을 만들라고 해서 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금천경찰서가 최근 검거한 사이버 금융사기 피의자들은 인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여성에게 통장을 개설하게 한 뒤 이 통장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돈을 받았다.
계좌에 돈이 들어 있지 않는 한 자기 통장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사기범에 속아 넘기게 되면 범죄 피해자가 되면서도 피의자가 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상적인 회사라면 지원자의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구직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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