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졸업한 예순두살 '왕언니' 내친김에 방송고 진학>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06 17: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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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락순씨 6일 청주 원봉중 졸업…"배움의 길 멈추지 않을 것" 향학열 불태워
△ 중학교 졸업하는 왕언니 성락순씨 (청주=연합뉴스) 6일 청주시 원봉중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성락순(62)씨가 표창장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성씨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2012년 이 중학교에 입학, 3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이날 졸업했다. 2015.2.6 <<원봉중학교 제공>> vodcast@yna.co.kr

<中 졸업한 예순두살 '왕언니' 내친김에 방송고 진학>

성락순씨 6일 청주 원봉중 졸업…"배움의 길 멈추지 않을 것" 향학열 불태워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배우지 못한 한이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었는데 이렇게 졸업장을 받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6일 청주 원봉중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열에 끼어 있던 성락순(62)씨는 감격스러운 듯 벅차오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감격의 중학교 졸업장을 받기까지 무려 49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녀는 모진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자랐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9남매 가운데 3번째로 태어나 일을 하는 부모님과 돈을 벌려고 외지로 나간 언니들을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홀로 키워내야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시기에 학교를 그만뒀다.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일하던 중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남은 공부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그녀는 1995년에 중입검정고시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땄다.

성씨는 "어려운 시기를 거치다 보니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했다"며 "학교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 교육청에 전화했지만, 제대로 된 방법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환갑이 되던 때인 2012년 손녀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청주 원봉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녀는 모르는 것을 탓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새롭게 배워간다는 것이 그저 감사했다.

학교가 끝난 뒤 저녁에 식당일을 하면서까지 선생님이 시킨 과제는 절대로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성씨의 담임인 한욱진(40·여) 교사는 "연세가 많으신데도 대충하는 법이 없고, 과제를 빠짐없이 수행하셨다"면서 "솔직히 영어나 수학 같은 과목은 따라오기 힘드셨을텐데 항상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여 가르치는 교사로서 무척이나 고마웠다"고 성씨의 학교생활을 평했다.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할머니처럼 자상한 모습으로, 스승들에게는 겸손한 제자로 다가가며 3년의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런 성씨는 학교에서 '왕언니'로 통했다.

성씨의 모습은 자식들에게도 자랑거리가 됐다.

성씨의 아들인 이상진(43)씨는 "우리 어머니는 항시 '절대 포기하지 말라'며 자식들을 가르치신 분"이라며 "그저 존경하고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녀는 방송통신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끊이지 않는 향학열을 과시했다.

그는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며 "조금이라도 공부할 힘이 남아있다면 절대로 공부를 포기하지 않을 것"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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