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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박흥대 부산고등법원장이 6일 오후 퇴임에 앞서 31년간의 법관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2015.2.6 ccho@yna.co.kr |
<인터뷰> 31년 법관 마감한 박흥대 부산고법원장
"국민 신뢰받는 법원 만들려 노력…지역법관제 폐지는 잘못된 것"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박흥대(60·사법연수원 11기) 부산고등법원장이 6일 퇴임식을 끝으로 31년간 입었던 법복을 벗었다.
법관 생활 대부분을 부산·경남에서 지낸 대표적인 지역 법관인 그는 지역 법관제 폐지와 관련,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역법관은 지역주민과 소통하면서 지역의 문화와 정서, 정체성을 공유한다"면서 "지역법관이 주민으로부터 신뢰와 신망을 받는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고법원장은 판사로 근무하는 동안 법 이론과 재판 실무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법학 연구모임인 부산판례연구회 회장을 맡아 여러 논문을 발표하는 등 법조계에서 '연구하는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공업계 고교와 지방대학을 나온 법관으로는 이례적으로 고등법원장을 지낼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법원의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사법부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겠다며 민원업무 개선에 노력을 쏟는 등 법원과 시민의 소통에 힘썼다.
그는 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남공업고와 부산대 법대를 졸업했다.
광주지법 판사, 부산지법 판사, 부산고법 판사, 창원지법 진주지원장,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부산지법 동부지원장, 제주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 초대 부산가정법원장, 부산고법원장을 지냈다.
다음은 박 법원장과 일문일답.
-- 31년간 법관생활을 마감하는 소감은.
▲ 국민에게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부족하지만 믿고 따라온 법관과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 어떤 법관이 되려고 했나.
▲ 소심하고 꼼꼼한 성격이 법관 생활하고 잘 맞았던 것 같다. 공부하는 법관이 되려고 했다. 법원에서는 판례가 중요하다. 지금은 컴퓨터로 검색하면 판결문을 볼 수 있어 판례연구 하기가 좋은 편이다. 과거에는 판사의 머릿속에 있는 판례를 꺼내 연구를 해야 했다. 부산지역 대표 법학 연구모임인 '부산판례연구회' 회장도 맡았다. 많은 지역 법관이 연구회에 참여해 여러 논문을 발표하는 등 끊임없이 판례연구를 했다.
-- 부산 법조계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
▲ 부산법원 100년사 집필에 참여하면서 법조문화를 고민했다. 과거에는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했다. 심지어 대법원에서도 부산법원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하는 법원' '공부하는 법관'이 되면서 이제는 부산법원의 위상이 달라졌다. 재판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앞으로는 지역사회에 책무를 다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조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판사들은 너무 법정에 매여 있다. 헌법의 가치 판단을 국민에게 직접 알리는 것은 사법 신뢰를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판사들이 학생들에게 국민의 기본권에 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해야 한다.
-- 지역법관제 폐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 지역법관제 폐지는 잘못된 것이다. 서울에 근무하는 법관들도 '지역법관'이지만 그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법관 개인 문제로 판단한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지역의 토호세력과 유착한 '향판'이 문제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역법관은 지역주민과 소통하면서 지역의 문화와 정서, 정체성을 공유한다. 지역법관이 주민으로부터 신뢰와 신망을 받는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특히 부산지역의 법관들은 항상 공부하고 모범을 보여 외부에서 온 법관에게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 같은 역할을 했다.
--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법관은 항상 몸가짐에 신중해야 한다. 차가운 법률에만 얽매이지 말고 인문학적 소양도 갖추면 좋겠다.
-- 변호사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 서울지역 변호사들이 부산의 비중 있는 사건을 많이 수임하고 있다. 지역 자본이 서울로 유출되는 것으로 안타깝다. 지역 기업의 상속·승계·회계 등에 관해 법률 자문을 특화하고 싶다. 전문화된 법무법인 모델을 만들 것이다.
--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사건수임을 독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 당장은 쉬고 싶다. 퇴임하면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했으나 고등원장이 족쇄가 돼 함부러 못할 것 같다. 직접 사건을 수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할 생각이다. 서울에서 변호사로 있는 아들도 탈북자를 돕는 법률지원 활동을 하고 저소득가정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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