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 "공영개발 길 터 달라" 요구에 水公 "용도폐지 불가"만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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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년간 쇠퇴의 길 걷고 있는 구단양 (제천=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일명 '구단양'으로 불리는 충북 단양군 단성면 일대는 1985년 충주댐 건설 이후 군청 소재지가 지금의 '신단양'(단양읍)으로 옮겨가면서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진은 단성면 상가지역 전경. 붉은색으로 표시된 상가건물이 30여년간 '댐 저수구역' 규제에 묶여 이 일대 개발을 막고 있다. 2015.2.4 jeonch@yna.co.kr |
<르포> '충주댐 저수구역' 대못 규제에 몰락한 '옛 단양'
30년 개발제한에 상권 몰락, 주민 떠나…옛 군청소재지 흔적조차 없어
단양군 "공영개발 길 터 달라" 요구에 水公 "용도폐지 불가"만 되풀이
(단양=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주댐 저수구역에 묶여 30여년간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는 상가로 무엇을 하며 살라는 겁니까"
4일 찾은 충북 단양군 단성면사무소 인근은 거리의 행인조차 뜸해 차가운 겨울바람이 더욱 매섭게 느껴졌다.
인적이 끊긴 적막한 거리 풍경은 이곳이 과거 단양에서 가장 번성한 군청 소재지였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가끔 마주치는 주민은 도무지 발길을 들이지 않는 외지인의 방문이 낯선 듯 연방 곁눈질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동네를 관통하는 중심도로를 지나 마주한 하천변 상가 지역은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사실 상가 지역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군색했다. 하천변에 늘어선 낡은 모습의 상가 9곳 중 4곳은 간판도 없이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이영규(57)씨는 "과거 군청 소재지였을 때만 해도 단양에서 최대 번화가였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식당이라 부를만한 곳조차 4곳밖에 없을 정도로 초라해졌다"고 전했다.
외부에서 손님이라도 오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대접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일명 '구단양'으로 불리는 이곳은 1985년 충주댐 건설 이후 군청 소재지가 지금의 '신단양'(단양읍)으로 옮겨가면서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단양 이주 초기에는 그나마 괜찮았다고 한다.
당시 한국수자원공사가 이곳에 남은 주민을 위한 생계 대책으로 댐 저수구역 내 2천513㎡ 부지에 하천 점용 허가를 내주고 지금의 하천변 단층 규모 상가 9곳을 지어 장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름대로 상가가 형성되자 금수산과 구단양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떠올리는 이들의 발길로 성황을 이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단성면 일대는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방문객이 계속 줄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이때 하천변 상가가 발목을 잡았다.
시대의 변화와 관광객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시설 개선이 필요했지만 댐 저수구역 내에 지어진 가설 건축물인 탓에 증·개축이 모두 불가했던 것이다.
이씨는 "30년도 더 된 낡은 건물이 폐허마냥 죽 늘어서 있으니 손님들이 외면하고, 장사가 안 되니 주민도 고향을 등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하천변 상권 몰락은 온 동네에 영향을 미쳐 이 일대가 '동토의 땅'으로 변해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단양군과 주민은 수자원공사 충주권관리단에 저수구역으로 묶여 있는 이 상가 부지의 용도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수자원공사가 이곳을 댐 저수구역에서 풀어주면 개별 분양을 통해 땅을 사들이고서 상권 회복을 위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단성면 일대가 쇠락해가는 모습을 보고도 해당 상가 부지가 배수(排水) 영향선 이내에 있어 용도 폐지가 어렵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십수 년째 되풀이했다.
오히려 1990년 한 차례 상가 부지 일부가 침수된 사례를 들어 배수영향선 이내는 언제든지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주민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군과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씨는 "1990년 침수 피해는 수자원공사 측에서 저수 관리를 잘못한 탓이 크다"며 "그 이후 20년이 넘도록 침수 피해가 단 한 번도 없었는데도 규정만 운운하며 절박한 주민 사정은 외면하고 있다"고 수공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더는 참지 못한 주민과 군은 지난해 말 단성면 주민 247명의 서명을 받아 국무총리실, 국토교통부, 국민권익위원회, 원주지방국토관리청에 청원서를 제출하며 지역의 숙원을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적성대교 건설 이후 주변 지역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과 달리 단성면 일대만 댐 저수구역에 묶여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며 "면 소재지가 이렇게 낙후된 곳은 전국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은 생계가 걸린 중요한 문제"라며 "수자원공사가 용도폐지만 해주면 침수 우려가 없도록 군이 해당 부지를 매입해 안전한 곳까지 복토 작업을 하고 공영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면서 '대못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수자원공사 충주권관리단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태로는 용도폐지가 불가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다만 안전성을 보장한 공영개발 방안을 군이 공식 협의 요청해온다면 가능한지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는 6일 단성면 일대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답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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