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금융거래정보 확보안돼 간첩·테러수사 차질"
범죄 포착하고도 혐의입증 어려움…정보접근 입법화 호소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금융거래 목적과 실제 당사자 여부를 알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에 대한 국내 정보기관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대(對) 간첩, 테러, 마약밀매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으로전해졌다.
특히 테러의 '무풍지대'였던 동아시아에서도 이슬람국가(IS) 동조자 또는 조직원의 암약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 정보기관은 FIU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IS, 알카에다, 북한 특수조직 등의 테러 자금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정보당국 관계자들이 1일 주장했다.
이로 인해 국내 유일한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최근 상당수의 간첩, 대테러, 마약밀매, 전략물자 유출 사건 등의 수사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거나 수사를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관계자들은 하소연하면서 정보접근을 허용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FIU가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은 검찰, 경찰, 국민안전처, 국세청, 관세청, 선관위, 금융위 등 7곳이다
◇"北 외화벌이 범죄·알카에다 조직원 입증 난망" = 지난해 6월 국정원은 국내 최대 마약조직 A파가 2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 6.1kg을 중국 웨이하이(威海)에서 출항한 화물선을 통해 밀반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자 3명을 검거했다.
조사 과정에서 대량의 필로폰 출처가 북한 외화벌이 조직인 B무역임을 파악했고, A파 부두목 C씨(수배중)가 외국 국적 동거녀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마약 대금을 B무역에 지불했을 것이란 정황을 포착했지만, FIU 정보를 이용할 권한이 없어 C씨의 범죄 입증이 난관에 부닥쳤다.
국정원은 또 지난해 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국내에 수시 입국하는 무역업자 D가 IS 조직이 장악한 국가 출신의 '알 카에다 조직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첩보를 입수, D가 접촉한 외국인 소유 무역업체와 국내 관련자까지 추적했으나 금융 정보 부족으로 범죄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교포, 北 활동자금 수수 사건 조사 답보" = 국정원은 작년 외국 국적 동포 E씨가 북한 공작 조직과 연계된 F씨로부터 급여 명목의 활동 자금을 송금받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북한으로부터의 송금 내역 등 금융거래 내용 추적을 통한 북한과의 연계 혐의점을 규명하는 게 걸림돌이 돼 수사가 멈춰선 상태라고 한다.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외국 스파이 I씨의 경우 외국 정보기관에서 자국 금융 거래 내역을 국정원에 제공하면서 한국 내 금융 계좌 확보를 의뢰해 왔지만, FIU 정보 접근 불가로 정보를 주지 못하고 양국 간 합동 작전에도 차질을 빚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FIU정보 못받는 정보기관 국정원" = 현재 주요 국가 가운데 자국 금융정보 분석기관(FIU)의 정보를 열람하지 못하는 정보기관은 국정원이 사실상 유일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국가안전부), 호주(보안정보부), 불가리아(국가안보청)의 정보기관은 금융정보 분석기관의 정보를 수시로 열람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정보가 연방수사국(FBI)에 완전히 개방돼 있고,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에서는 개별적으로 정보를 요구해 받아볼 수 있다.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브라질, 멕시코, 헝가리, 체코, 싱가포르, 태국,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남아공, 콜롬비아, 페루 등도 미국과 사정이 비슷하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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