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 태안군 정치인 "이완구 총리가 전화해 겁줬다"

이영진 기자 / 기사승인 : 2015-12-08 21: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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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의원 등 뒷돈 의혹 터지자 수십차례 전화해 압박
△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재판을 받기 위해 8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포커스뉴스>


[부자동네타임즈 이영진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8일 열린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에 대한 공판에서 김진권(55) 전 태안군의회 의장이 증인으로 출석해"전화를 받자 피고인이 '나 총리야. 5000만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다. 빨리 말해'라며 겁주는 어조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총리는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성 회장은 유명을 달리하기 전날인 지난 4월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MB맨'이 아닌 'MB정부' 피해자"라며 자원외교 비리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김 전 의장, 이용희(67) 태안군의회 부의장 등 3명이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이후 성 회장과 따로 자리를 마련해 대화를 나눴다.

 

이 전 총리는 4월 11일 김 전 의장, 이 부의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성 회장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추궁했다.

 

검찰은 언론사가 홍준표(61) 경남도지사와 홍문종(60)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2011년과 2012년에 뒷돈을 받았다는 보도를 한 직후 이 전 총리가 증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다며 성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조급해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의장에 따르면 이 총리는 '나 총리야' 발언 말고도 '내가 혈액암으로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다. 나는 두려울 게 없는 사람이다'라고도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피고인은 최초로 전화를 건 이후 5분 간격으로 4차례 가까이 전화를 했다"며 "뒤에 걸려온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 한 통을 피고인에게 보냈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를 묻자 김 전 의장은 "하도 겁을 줘서 끊었다. 아무리 총리라지만 국민한테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검사가 "주로 피고인이 무엇을 물었는가"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장은 "이용희 부의장 등 다른 2명이 잠깐 자리를 비워 성 회장과 나만 둘이 있던 적이 있다"며 "죽기 전에 성 회장이 대체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의장은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다그칠 때 압박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검사는 "4월 11일에는 언론을 통해 피고인이 성 회장한테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기 전인데 피고인이 증인한테 듣고 싶었던 얘기가 이와 관련한 것이라고 알았나"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의장은 "(피고인이) 그것을 캔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증인은 피고인이 돈 얘기를 했다고 느꼈다는데 당시 정말 그렇게 여긴 것인지 언론에서 돈 받았다는 보도를 하니까 나중에야 그런 듯 싶다고 생각을 한 건지"하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당시 뭔가가 있다고 여겼는데 매스컴을 통해 돈이구나 확신했다"며 "정치인이 뭔가가 있으면 돈 아니겠는가 했다. 나도 정치하는 사람이니까 (안다)"고 응수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용희 부의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이 전화해 '성완종이 마지막에 무슨 얘기를 했나'며 15차례 가량 전화했다"며 "4차례 정도 전화를 받았는데 그때마다 '성완종이 마지막에 무슨 얘기를 했냐'고 반복해 물었다"고 증언했다.

 

이 부의장은 "4번째 통화에서 당시 같이 있던 김진권 전 의장의 번호를 알려줬고 나중에 걸려온 10회 정도의 전화는 내 할 말을 다 해서 받지 않았다"며 "성 회장은 그날 '딴 사람은 다 이렇게 해도 이완구는 나한테 그렇게 못한다'고 울며 수십번을 말했는데 그 내용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증인의 말에도 미소를 짓는 등 여유를 보이다 마지막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내대표가 되려면 (여당)의원 156명이 도와줘야 하는데 성완종씨는 그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4월 9일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던 성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해왔다.

 

당시 사망한 성 회장의 주머니에서는 이 전 총리를 비롯해 김기춘(76)·허태열(70)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권 핵심 실세 8명의 이름과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이는 액수의 숫자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검찰은 지난 7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무리 중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 6명은 불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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