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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은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삼배를 마친 후 대웅전을 빠져나오고 있다. 구 청장 뒤로 한상균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왼쪽 건물)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포커스뉴스> |
[부자동네타임즈 이영진 기자] 한상균(5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서울 견지동 조계사로 은신한지 23일째를 맞아 사면초가에 빠졌다.
경찰은 8일 오후 4시 이후 24시간 이내에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한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 경찰, 한상균 위원장에 "자진출석하라" 최후통첩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상균 위원장은) 8일 오후 4시부터 24시간 내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며 "통보된 기한 내에 자진출석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경찰청장은 또 "한 위원장이 수차례 조직적인 불법 폭력행위를 주도한 후 종교시설로 도피한 채 계속적인 불법행위를 선동하고 있는 것은 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6일까지 자진퇴거 약속을 스스로 어기고 계속적인 불법투쟁을 선언한 것은 그 동안 20일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 국민과 불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찰이 조계사 관음전에 머물고 있는 한 위원장을 직접 검거하기 위해 체포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이날 오전 조계사를 방문해 한 위원장이 빠른 시일내에 조계사에서 자진퇴거할 것을 요구했다.
구 청장은 조계사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 앞에서 삼배을 한 뒤 조계사를 빠져나와 취재진 앞에서 간단히 브리핑을 진행했다.
그는 "경찰은 한 위원장의 도피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며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집행을 할 수 밖에 없으니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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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포커스뉴스> |
◆ 화쟁위 "야당의 약속과 국민들 믿고 거취 결정해달라"…"경찰 입장은 우려"
조계종 화쟁위도 8일 오후 1시 30분쯤 한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해줄 것을 밝혔다.
도법 스님은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야당은 노동관련법을 연내 처리하지 않겠다는 당론을 확정해 밝혔다"며 "야당의 약속, 무엇보다 국민들을 믿고 한상균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화쟁위는 또 노동관련법 문제도 대화와 상생의 정신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의 중재요청을 받아들여 평화집회 외에 노동법 개정 문제와 관련한 대화의 길을 모색해 왔다"며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동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주체는 물론이고 민주노총, 비정규직, 청년세대 등 당사자들도 폭넓게 참여하는 국민적 공론의 장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법 스님은 이어 "정부와 여당도 (노동법 개정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화답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그는 9일 오후 5시까지 한 위원장을 보호하겠다는 보도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대화과정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고 사실과 같지 않다"며 "지속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이와 관련해 "(한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문제를 풀기 위해 온갖 이야기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확인될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화쟁위가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달라”고 밝힌 것은 한 위원장의 바람대로 일단은 야당이 연내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당론을 확정했으니 한 위원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7일 “노동개악을 막아야 하는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고 말하며 조계사에 은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민주노총 측에 대신 전달해 설명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7일 "국회에서 일단 노동개악법이 처리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겠다"는 한상균 위원장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화쟁위는 경찰의 일방적인 체포영장 발표에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화쟁위는 8일 오후 긴급 논평을 발표하고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를 포함한 사회적 갈등에 대해 대화를 통한 상생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일방적으로 체포영장 집행기한을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화쟁위는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거취와 관련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이 우려했던 지난 5일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 됐듯이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 문제도 화쟁사상에 입각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 한 위원장 거취 두고 엇갈리는 여론…"내보내라" vs "보호해야"
조계사 신도들이 한 위원장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은 점도 한 위원장의 거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계사 신도로 구성된 '회화나무 합창단' 소속 단원 100여명은 8일 오후 1시30분쯤 한 위원장이 은신해있는 조계사 관음전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한 위원장을 강제로 끌어내기 위해 관음전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철문으로 잠겨있어 끌어내지 못하고 조계사 관계자의 중재에 이끌려 관음전 밖으로 나오며 가까스로 충돌을 피했다.
지난달 30일에도 조계사 신도 일부가 한 위원장을 끌어내기 위해 관음전을 찾아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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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진보단체 회원들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 시도와 출두강요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포커스뉴스> |
한 위원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백남기 대책위는 같은날 오후 2시 조계사 앞에서 '한상균 위원장 체포시도와 출두강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부처님의 마음으로 조계종이 안아달라"며 "정부가 노동개악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민주노총과 한상균 위원장을 주 타깃으로 탄압에 혈안이 돼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지난 5일 대회가 끝나자마자 경찰은 평화적이지만 거세고 완강하게 울려퍼졌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은 커녕 '소요죄' 적용을 운운하며 공안탄압의 고삐를 옥죄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노동개악이 중단될 때까지 민주노총과 한상균 위원장을 함께 지킬 것"이라며 "중생의 아픔을 함께 하는 부처님의 마음으로 끝까지 한상균 위원장과 이땅의 노동자들을 안아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해 5월 24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사고 추모 집회’에 참석해 시청광장까지 행진하다 사전신고한 경로를 벗어나고 교통흐름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한 한 위원장은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지난달 16일부터 23일째 조계사 관음전에 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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