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밑그림 설계한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 "용산공원 개발, 37년 합의 깨…靑의 알박기이자 테러“
[부자동네타임즈=권태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비롯한 부동산 공급 후속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처리 절차 등을 문제 삼고 있지만 민주당은 용산공원특별법이 최근 논란이 된 용산공원 본체부지 개발과는 별개의 캠프킴 등 산재부지 관련 법안인 만큼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재정비촉진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해 서울 주택공급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8월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을 26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본회의에 부의된 개정안은 용산공원 본체부지에 주택 건설을 허용하는 내용이 아니라 캠프킴 등 주변 산재부지에 지정된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도시개발 관련 기준인 1인당 3㎡ 대신 주택법상 세대당 3㎡ 수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서 캠프킴의 공급 물량을 기존 1400가구에서 2500가구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립하고 있는 용산어린이정원 등 공원 본체부지 활용 문제와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행 특별법은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본체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캠프킴 공급 확대를 위한 현 개정안까지 본체부지 논란에 묶어 처리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공공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한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도시재정비촉진법과 재개발·재건축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도 26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이 주택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법안부터 국회에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를 향한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배 의원은 22일 오 시장과 만나 용산공원과 용산정비창 등을 활용한 청년주택 공급을 요구했다. 회동에서 오 시장이 용산공원에 대해 “1㎝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김 의원은 “정부가 ‘영끌’해서 주거난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가”라며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용산공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문제가 논의됐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용산공원 관련 언급은 있었지만 아직 최종 결정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핵심은 주택공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 관련 주택공급의 키는 오세훈 시장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서울지역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관련 권한을 기초단체장에게 넘기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인허가 기간 단축과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도 함께 논의했다. 민주당은 관련 입법을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권한 무력화”라고 반발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제 편 구청장이 대다수인 자치구로 칼자루를 쥐여주겠다는 것”이라며 “주택공급 촉진이 아니라 정부 뜻대로 움직여줄 손발을 심어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민주당이 국토위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한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김은혜 의원은 8월19일 용산공원특별법에 대한 번안 동의를 요구했고 당내에서는 필리버스터 가능성도 거론됐다. 지난 20일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김 장관과 오 시장의 협의 내용을 지켜본 뒤 26일 처리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당시 회동에서 용산공원 본체부지 활용을 놓고 입장차만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 등을 거쳐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용산공원 개발, 37년 합의 깨…靑의 알박기이자 테러“
용산공원 개발 논란…용산공원 밑그림 설계한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
국내 1세대 조경학자인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전 한국조경학회장)는 “용산공원에 주택을 넣는 것은 37년간 이어온 사회적 합의에 대한 폭거이자 용산공원 알박기, 글로벌 도시 서울에 대한 테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명예교수는 용산공원에 주택을 짓겠다는 정부 구상이 갑작스럽게 나온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국토부 한 관계자로부터 ‘용산공원에 주택을 받아주는 안(案)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는 “도시 생명력 관점에서 용산공원 훼손은 사람의 허리를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다면 묵혀뒀을 카드”라며 “정치적 판단을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특별법 제정 직후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용산공원의 밑그림을 그려온 인물이다. 2008년 총리실의 용산공원 기본 구상 수립 단계부터 학계 전문가로 연구를 시작해, 2010년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용산공원 및 주변부 정비 종합계획’ 연구 용역을 총괄했다.
2012년 용산국가공원 국제현상공모 예비심사 심사위원장, 2013년 국토부 용산공원추진협의회 의장, 박근혜 정부 때 용산공원 콘텐츠발굴 소위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3기 신도시 공공택지지구 총괄계획가로도 활동했다. 건축물 중심의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녹지·생태를 도시의 뼈대로 보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을 국내에 도입한 선구자로도 꼽힌다.

용산공원 조성 논의는 1987년 당시 노태우 대선 후보의 용산기지 반환 공약에서 시작됐다. 1989년 방한한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과 함께 헬기를 타고 용산기지 상공을 둘러본 뒤 “한 나라 수도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뜻을 밝히면서 다음 해 이전 협약이 체결됐다. 노 대통령의 구상은 ‘뉴욕 센트럴파크, 파리의 불로뉴공원처럼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였다.
공원화를 공식 선언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2007년 제정돼 2008년부터 시행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은 용산기지를 공원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조 교수는 “당시 반대한 사람은 노바디(nobody)였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네덜란드 조경가 아드리안 구즈의 ‘치유와 회복’ 구상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원 조성 면적을 약 80만평에서 90만평 규모로 확대했다. 특별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수립하는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은 네 차례 수정됐지만 공원 조성이라는 큰 방향은 유지돼 왔다.
박근혜 정부는 공원 안에 여성사박물관·과학문화박물관 등을 추진했지만 주민 공청회에서 반발이 나오고 서울시와 언론은 ‘부처별 땅 따먹기’라고 비판했다.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조 교수는 “공원에 어울리는 박물관조차 ‘콘크리트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무산된 땅”이라며 “그곳에 아파트 단지를 넣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용산공원은 아직 전체 부지를 반환받지도 못했다. 반환율은 30%대이고 미군 잔류 시설을 둘러싼 협의도 진행 중이다. 토양 오염 정화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미 간 정화 책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선(先)반환 후(後)협의’ 방식으로 반환이 진행돼 왔다.
정부가 주택 공급 후보지로 거론한 용산어린이정원 약 9만평은 기름 오염 정화까지 끝난 사실상 유일한 부지다. 조 교수는 “다른 땅은 반환과 정화에 시간이 걸리니 임기 내 성과를 위해 이미 공원으로 정리된 땅부터 쓰겠다는 조급함이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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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활용하자는 건 대형공원에 대한 무지”
국토부는 용산공원의 90%는 보존하고 10%가량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를 대형공원(Large Park)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했다.
그는 “60만평이 넘는 도심 한복판 대형 공원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힌다”며 “이 정도 규모면 토양·지질·숲·초원·생물이 연결된 하나의 생태 시스템을 이루고, 자체적인 국지 기후를 형성해 폭염과 집중호우를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면적 10%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생태 시스템 전체의 연결성을 약화시키는 문제”라고 말했다.
경관과 도시 구조 측면의 손실도 지적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중앙 테라스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조망이 주거 시설에 가려질 수 있고, 향후 강변북로 지하화로 조성될 수 있는 한강~용산공원~남산 녹지축 조성에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주택 공급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주택과 녹지를 함께 늘리는 방향으로 도시 개발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도쿄의 ‘힐스(Hills)’식 도시 재생 모델을 대안으로 꼽았다. 롯폰기힐스·아자부다이힐스처럼 노후·저밀 주거지를 대규모 복합 개발 단위로 묶어 고밀 개발하고 주거·업무·상업·문화·여가 시설과 함께 녹지·공공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아파트를 높게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 부족한 주택과 일자리, 생활 편의 시설, 녹지를 한꺼번에 확보하는 재구조화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도심의 저층·저밀 주거지는 그대로 둔 채 외곽에 신규 택지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서울의 주택과 녹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용산공원을 지키느냐 마느냐를 넘어 서울의 장기적인 도시 구조를 어떻게 짜고 주택과 공공 녹지를 어떻게 함께 늘릴 것인지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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