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올해도 인력 감축하나?…“예정에 없다”vs“가능성 있다”

이병도 기자 / 기사승인 : 2016-04-18 09: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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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지난해 10% 인력감축…두산인프라 30% 떠나
박정원 회장 체제하에 추가적인 감축 예측되기도
두산그룹 5개 계열사 실적개선 전망 쏟아져…“감원 계획 없다”
△ <사진제공=두산그룹>

[부자동네타임즈 이병도 기자] 지난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두산그룹이 올해 또다시 감원할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회사측은 올 1분기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 인력 감축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룹 안팍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2015년 한해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 등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두산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에서 지난 한 해 동안 2199명이 회사를 떠났다. 2014년 2만636명에서 지난해 1만8437명으로 약 10%가 줄어든 셈이다.

두산과 두산건설 등은 눈에 띄는 인력변동이 없었지만 두산엔진은 2014년 1005명에서 2015년 833명으로 170여명 줄었으며, 신입사원 희망퇴직으로 논란이 된 두산인프라코어는 같은 기간 동안 1659명이 감축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만 네 차례 희망퇴직을 벌였고 총 직원의 30%가 회사를 떠났다.

두산중공업 또한 2014년 말에 진행한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으로 전체 인원이 8178명에서 7779명으로 300여명 줄었다.

두산건설은 1813명에서 1854명으로 외형상으로는 인력이 늘었지만 정규직 직원은 1610명에서 1495명으로 오히려 100여명 감소했다. 이 기간 계약직 직원만 203명에서 359명으로 증가했다. 유일하게 ㈜두산만 3593명에서 3930명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박정원 체제,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 다시 시작될 수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거친 두산그룹이지만 추가적인 인력감축에 대한 관측도 흘러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건설 시장의 장기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산그룹의 주력인 중공업·건설장비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시각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중공업부문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비 73% 줄어든 2646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만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자회사별 일회성 비용도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손실이 7349억원, 두산중공업 3665억원, 두산건설 3881억원, 두산엔진 1235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새로 취임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기존 사업 부문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박 회장이 신임 그룹회장 내정과 함께 가장 먼저 손을 댄 것도 두산건설이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16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의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단행했고, 지난 1월 성남시 분당의 토지를 계열사에 팔았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적 하락세가 거듭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희망퇴직 등 감원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용만 전 회장이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행했음에도 여전히 두산그룹은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며 “박정원 회장이 신사업을 펼치기 위해, 취임 초반에 감원을 비롯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특히 형제가 번갈아가면서 그룹 회장직을 맡는 두산의 특성상 박정원 회장은 가족에게 자신의 성과를 꾸준히 보여줘야 하는 전문경영인(CEO)의 성격이 강하다. 부진한 중공업·기계·건설은 발 빠르게 구조조정하고, 연료전지나 면세점과 같은 새로운 사업을 통해 인정받으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성과에 민감한 CEO마인드가 강하다면, 사회적 비판을 의식하기보다는 실적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 실적 호전 속 “인력 구조조정 계획 없다”

그러나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지 않다. 우선 두산그룹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계획돼 있는 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매각설과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두산건설 관계자는 “오히려 (신규수주에 따른) 현장이 많이 늘어나 인력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인력 감원설을 일축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지난해 이미 많이 감축해서,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으며 두산중공업 또한 “회사 상황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인력구조조정은 예정에 없다”고 못 박았다.

최근 나오는 사업 전망도 이런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두산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재무개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5개 계열사의 1분기 실적이 모두 양호할 것이라는 증권업계의 리포트가 쏟아지고 있다.

우선 두산공작기계, 두산DST는 매각 작업을 끝냈고 하반기에는 밥캣 상장도 예정돼 있어 올해에는 그룹차입금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의 연료전지부문은 지난해 5875억원에 신규수주를 달성했다. 국내 발전용 시장에도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북미 시장에서도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연료전지에서만 전년대비 약 100% 증가한 3000억대의 매출액이 발생하고, 영업이익율도 1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5월 중 오픈 예정인 두산면세점 또한 명품 브랜드 입점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어수선하지만 새벽 2시까지 연장영업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두산의 전자사업 및 산업차량 부문도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분당토지 매각과 두산큐벡스 지분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크게 줄였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 또한 중국 굴삭기 교체 수요에 의해서 최악의 침체 상황은 일단 벗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중공업 역시 긍정적 전망이 많다. 약 5000억원 규모의 쿠웨이트 담수설비 수주가 예상되고, 약 1조원 규모의 터키 석탄화력발전소 수주도 상반기 내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약 2조1000억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의 원자력발전소 수주가 하반기 예정돼 있다. 두산엔진 역시 지난해 진행된 구조조정 효과로 1분기 영업흑자가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우선 두산그룹의 1분기 실적이 긍정적으로 전망되지만 2분기 이후에도 호조세가 이어질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은 사업부분 매각과 밥캣 상장의 결과물을 확인한 하반기에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제공=두산그룹>11일부터 17일까지 두산인프라코어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6 세계 최대 건설기계 전시회 ‘바우마 2016’에 참가해 굴삭기와 휠로더, 두산밥캣 제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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