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넘어 20대 국회 입성까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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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례하는 與 대표와 예비후보 |
[부자동네타임즈 조영재 기자] 정치권에는 '공천만 받으면 말뚝을 박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다. 과거 지역주의가 팽배하던 시절, 특정 정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지역에서는 그 당의 공천을 받기만 하면 누가 후보로 나오든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된다는 의미로 이 말이 사용됐다. 특히 이 말은 선거철만 되면 쓰임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물론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당 대신 인물이나 공약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당의 힘'은 무시하지 못한다. 수많은 예비후보들이 정당의 공직자후보추천(공천)을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그 영향력을 손쉽게 가늠할 수 있다.
◆ 예비후보 822명 중 '행운아'는 단 48명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오는 4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고자하는 예비후보들에게 공천 신청을 받았다. 6일간 서류를 접수한 인원은 총 822명. 남성 745명과 여성 77명이다.
현재 이 822명은 똑같이 '예비후보'란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모두가 같은 조건으로 경선을 치루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구마다 공천을 신청한 인원이 다르기 때문.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지역구에 따라 최소 1명에서 최다 11명이 자신의 이름 앞에 '기호 1번'을 달기 위해 경쟁할 예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한 지역구에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한 48명의 예비후보들이다. 이들을 두고 '무경쟁 공천 행운아'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48명은 '본선 전 예비선거'격인 경선에서 다른 후보와 신경전을 벌이며 힘을 뺄 필요가 없어 '행운아'로 불린다.
또 애초에 '내부의 적'이 없다는 점도 본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여럿이 경쟁하는 지역구의 경우, 경선에서 이겨 정식후보가 되더라도 공천 탈락자에게 지지를 기대하긴 어렵다. 특히 공천 탈락자가 지역 내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다면 본선에서 상대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우려도 있다.
하지만 '공천 행운아'라고 해서 무조건 새누리당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천 신청이 마무리됐다 하더라도 후보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재공모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당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우선추천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다.
◆ '본선 직행 가능성' 높은 현역의원 27명
새누리당이 발표한 공천 신청자 명단을 확인해보니 '공천 행운아' 48명 중 27명이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서울 5명‧부산 2명‧대구 1명‧인천 1명‧대전 1명‧울산 2명‧경기 6명‧강원 2명‧충북 4명‧전남 2명‧경남 1명 등이다.
그리고 그 중 비례대표 2명(박창식‧주영순 의원)을 제외한 지역구 의원 25명 모두가 자신의 현 지역구에 다시 공천 신청장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에선 10명의 단독 공천 신청자 중 5명이 현역의원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서대문을) 의원과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태(양천을) 의원, 노원구청장을 거쳐 재선에 도전하는 이노근(노원갑) 의원이 이에 해당된다. 또 공천 단독 신청자 중 유일하게 여성인 나경원(동작을) 의원과 오신환(관악을) 의원도 '행운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권에서는 7명 중 6명이 현역의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4선에 도전하는 신상진(성남중원) 의원과 김무성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안성) 의원 등이다. 19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박창식 의원은 이번엔 경기 구리에 출사표를 던졌다.
부산 지역에서는 박민식(북강서갑)‧김세연(금정구) 의원이 '나홀로' 공천장을 냈다. 특히 김세연 의원은 부친인 김진재 전 의원(11‧13‧14‧15‧16대)의 뒤를 이어 3선에 도전한다. 만약 김 의원이 4‧13 총선에서 다시 당선된다면 부자의 선수(選數) 합이 총 8회가 되는 셈이다.
이 밖에도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대통령 정무특보를 역임한 바 있는 윤상현(인천 남구을) 의원, 17대부터 세 차례 연속 의원 배지를 단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 현 새누리당 대변인인 이장우(대전 동구) 의원도 의정활동을 4년 더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 충북지사를 지내고 4선을 노리는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의원과 호남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은 이정현(전남 순천‧곡성) 의원도 본선으로 가는 티켓을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다. 비례대표인 주영순 의원의 지역구(전남 무안‧신안) 도전도 마찬가지다.
◆ '국회 입성' 하려는 21명…행운 계속되나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단독 공천 신청으로 본선행이 유력해진 예비후보는 모두 21명. 서울 5명‧광주 2명‧대전 1명‧경기 1명‧전북 6명‧전남 4명‧경남 2명 등이다.
21명의 예비후보 중에는 의정활동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여럿 포진돼 있다.
18대 때 활동했던 정양석(강북갑)‧김선동(도봉을)‧홍장표(경기 안산 상록을) 전 의원과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성헌(서대문갑) 전 의원, 16‧17‧18대 권영세(영등포을) 전 의원 등이다. 이들 역시 공천을 신청한 지역구에 경쟁자가 없어 국회에 재입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야당 텃밭으로 알려진 전북 지역에선 새누리당이 후보를 낼 8개 지역구 중 6개에 '공천 행운아'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전남 역시 10개 지역구 중 6개에 단독 공천 신청자가 있다.
과거 씨름선수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만기 예비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 지역에 새누리당 후보로 단독 공천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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