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이세제 기자] "그간 예약된 관광팀 중 오늘이 끝물이에요. 오늘 지나면 꼼짝없이 놀아야 해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만난 관광버스 운전사 이모(47)씨는 연방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이날 중국인 단체 관광객 한 팀을 태우고 다니는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있느냐는 말에 심란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회사 전체적으로 한 달 평균 150팀 예약이 들어오는데 지금 80% 이상이 예약을 취소했어요. 오늘 태우고 다니는 팀도 애초 19명이 예약했는데 9명이 취소하고 10명밖에 안 왔다더라고요. 그나마 오늘이 끝이에요. 내일부터는 일이 없어요."
이씨는 버스회사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거기에 하루 일을 나갈 때마다 추가로 수당을 받는다. 쇼핑을 하는 팀을 태우면 일당 4만∼5만원, 쇼핑이 없으면 2만원 정도다. 관광 성수기 월 급여는 250만원가량 된다고 한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한 달에 25일 이상 일해야 그나마 먹고살 정도고 그나마 맞벌이를 안 하면 생계가 힘들다"며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배차가 없으니 별도리 없이 쉬어야 하는데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제도 이 팀을 태우고 동대문에 갔는데 관광버스가 그렇게 없을 수가 없더라"며 "가이드한테서 듣기로는 중국이나 동남아 현지에서 비용을 선입금 했다가 손해를 무릅쓰고 취소해 버리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늘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명동 거리도 눈에 띄게 한산해져 상인들의 표정도 평소보다 어두워졌다.
명동에서 환전소 겸 잡화점을 운영하는 구모씨는 "오전 10시 반인데 환전을 하나도 못 했다. 보통은 관광객으로 가득해야 할 시간인데 이렇게 한산하다"며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없으니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말했다.
명동 화장품 가게 종업원들도 여느 때처럼 손님을 유도하기 위해 거리에 나와있지만 막상 유도할 손님이 없는 실정이다.
한 화장품 가게 종업원인 김모(여)씨는 "손님이 줄었다는 것을 피부로 직접 느낀다. 매출도 당연히 감소했다"며 "다니는 사람들도 다 마스크를 쓰고 다녀 상황이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많은 인원이 몰리는 대표적 공간인 사우나도 발길이 뚝 끊겼다.
명동의 한 사우나 종업원은 "보통 90% 이상이 관광객인 업소인데 손님이 평소의 50분의 1 정도밖에 안 오고 있다"며 "이 시간쯤 되면 사람이 바글바글해야 하는데 개시조차 못 한 상황"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주점도 메르스 사태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사람이 밀집한 공간을 피하고 개인적인 술 약속도 자제하는 분위기 탓에 평소보다 매출이 뚝 떨어지고 파리만 날리는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모(41·여)씨는 "지난 일주일간 손님이 10분의 1로 떨어져 전기료도 못 벌 정도"라며 "그나마 단골로 친하게 지내던 손님들이 와서 잠시 있다 간 날이 이틀 정도 있었고 아예 한 명도 안 온 날도 있어 타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마이크를 사용해야 하는 노래방도 아주 썰렁하다.
가뜩이나 메르스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심란한데 남의 입 근처를 맴돈 마이크를 잡는 것이 여간 찜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로의 한 노래방 업주는 "아무래도 메르스 때문인지 손님이 많이 줄어서 걱정"이라며 "메르스 사태가 빨리 진정 국면에 들어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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