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신혼 거처 예산 확보했는데…신부 '미호' 행적 묘연

이현진 기자 / 기사승인 : 2015-05-23 08: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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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짓기 구애활동하는 황새  충북 진천군 진천읍 백곡천에서 황새 '미호'(오른쪽)와 야생 수컷 황새가 구애활동을 하고 있다. '미호'는 최근 정확한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수컷은 시베리아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 임영섭씨 제공 >> <<연합뉴스DB>

 

[부자동네타임즈 이현진 기자] 충북 진천군이 교원대 황새공원을 탈출, 야생에 적응한 암컷 황새 '미호'의 자연번식을 유도하기 위한 인공사육장 조성 예산을 확보했으나 사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교원대를 탈출해 진천 백곡천 일대에서 생활하던 미호가 최근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23일 진천군에 따르면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 황새 보호시설 설치비 2천만원이 지난 20일 군의회를 통과했다.

군과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이 예산으로 백곡천에 100㎡ 규모의 임시 사육장을 만들어 미호와 짝짓기를 할 수 있는 수컷 황새 1마리를 키울 계획이다.

수컷이 이곳의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미호와 교감을 나누면 방사해 자연번식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런 구상은 지난해 4월 교원대 황새공원을 탈출한 미호가 지난 3월 20일부터 야생의 수컷 황새 1마리와 백곡천에서 생활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구상됐다.

같이 있던 수컷이 아직 번식 연령이 되지 않았다는 황새생태연구원의 판단에 따라 이 연구원에서 기르는 연령이 비슷한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유도하기로 한 것이다.

진천군은 서둘러 추경을 통해 인공사육장 건설 예산을 확보했다.

그러나 미호가 지난 7일 이후 백곡천에서 관찰되지 않으면서 다소 머쓱한 처지가 됐다.

진천군의 한 관계자는 "미호가 백곡천에 터를 잡았다는 전제에서 합방을 추진했는데, 갑자기 사라져 당황스럽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서 황새생태연구원과 협의해 사업 추진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미호가 생활 근거지를 옮겼다면 이곳에서 계획했던 자연 번식은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취를 감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호가 백곡천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호 보호활동을 하는 임영섭(68·진천군 진천읍)씨는 "지난 16일 한 주민이 백곡천에서 스마트폰으로 미호를 촬영했고, 백로 집단 서식지가 있는 진천읍 송두리 인근에서 봤다는 목격자도 있다"며 "미호가 아직 백곡천 주변에서 서식하지만, 예전처럼 잘 관찰되지 않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새생태연구원 측도 대전 갑천과 교원대 황새공원 등을 배회하는 모습을 봤다는 제보를 근거로 미호가 진천과 자신이 태어난 교원대 인근 30∼40㎞를 오가며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미호와 같이 있던 야생 황새는 시베리아로 올라간 것으로 보이지만 미호는 백곡천 습지의 수초가 자신의 키보다 웃자라 먹이 터 접근이 어렵자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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