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대교밑 수북한 폐기물…세월호참사에도 안전불감증 '여전'

이세제 기자 / 기사승인 : 2015-05-20 16: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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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다닐수 있게 한 공사가 큰 위험 초래…큰일 날 뻔"
△ <그래픽>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 폐기물 불법 매립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돈을 받고 자격이 없는 회사에 양화대교 13, 14번 교각 우물통(받침대) 철거공사 하도급을 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대형 건설사 H사 전 현장소장 박모(58)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부자동네타임즈 이세제 기자] 지난해 1월말 서울 양화대교에서 투신한 사람을 찾으려고 양화대교 밑 물속을 뒤지던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 이용칠(41) 경사는 수심 4m 지점에서 날카로운 것에 손을 긁혔다.

1m 앞도 보기 어려운 어두운 물 속이었지만 이 경사는 자신의 손을 긁은 것이 자갈이나 모래 같은 것보다 더 위험한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이 사실을 동료와 공유했다.

'수중 탐색 시 주의사항' 정도로 치부될 뻔한 일이 장일영(54) 한강경찰대장이 지난해 2월 부임하면서 새롭게 조명됐다.

직원들로부터 이 경사의 이야기를 들은 장 대장은 신체 부착용 카메라인 '고프로'를 사용해 양화대교 밑을 찍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3개월간 수차례에 걸친 촬영 끝에 한강경찰대는 철근 콘크리트, H빔 등 공사폐기물이 양화대교 12∼13번 교각 사이에 수북이 쌓여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강경찰대는 지난해 6월 촬영 결과를 상부에 보고했고, 양화대교 공사 폐기물 불법 매립사건 수사가 마침내 시작됐다.

20일 발표된 수사 결과 33.5t에 달하는 이 폐기물들은 2010년초 시작된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 중 교각 우물통 철거 공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공사를 진행한 건설업체는 해체공사 면허가 없는 J사.

서울시로부터 전체 공사를 수주한 H 대형 건설사 현장 소장이 J사가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3억원을 받고 하도급을 줬다.

공사 감리단장, 서울시 공무원의 묵인 등으로 J사는 무사히 하도급 계약에 성공했다.

양화대교 밑에 쌓인 폐기물은 J사로부터 우물통 해체 공사에서 나온 폐기물 처리를 맡은 하청업체 A사의 '작품'이었다.

기자단은 이날 경찰과 함께 양화대교 밑 폐기물이 묻혀 있던 곳을 직접 찾아갔다.

경찰은 "보통 수심이 10∼12m 정도인데 12번 교각 근처만 4m라서 지나다니는 유람선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한강 물이 빠지면 수심이 1m가량 낮아지는 데 그러면 더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는 2009년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교각 두 개를 제거해 유람선이 수월히 다닐 수 있게 한 공사다.

하지만, 다리를 받치는 교각을 제거하는 사업인 만큼 계획부터 안전성 문제가 대두했고 서울시의회가 공사예산을 막아 공사가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 공사는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관계자들이 안전에 더 신경을 쓰기는커녕 하도급 결정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배동명 부경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유람선이 수월히 다닐 수 있게 하려고 한 공사가 오히려 유람선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며 "배가 클수록 폐기물에 닿았을 가능성이 커 미리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배를 운전한 이들 때문에 배가 위험해졌고, 이번 상황은 외부 요인으로 항로 자체에 위험성이 증가했다는 면에서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안전의 중요성을 잊은 사람들이 법을 어김으로써 수많은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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