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달아 준 사람들
“내 친구가 그러는데 당신은 그 누구보다 일을 빠르고 확실하게처리한다고 들었어요. 기왕이면 당신을 쓰고 싶어요. 하루쯤 밴쿠버에 가지 말고 우리 집으로 와 주세요.”사정을 하는 그녀를 더 이상 뿌리칠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 시작하기를 원하시죠?”
“매주 화요일 밤이면 어때요?”
“좋아요.”
그녀의 집은 버스가 가지않는 곳에 있었다. 나는 화요일 일과가끝나면 곧장 집을 나와 40분을 걸어서 그곳까지 갔다. 나는 어떻게하면 빠르게 구김 하나 없이 옷을 다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걸었다.
비록 보잘것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그녀는 내가 일하고 있는 집보다는 작았지만 아름다운 집이었다.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뒤뜰에 있는 수영장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세탁실에 들어서니 커다란 바구니에 옷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는데 잠시 놀라는 나를 보며 그녀는 말했다.
“3시간이면 되겠죠?”그것은 노동의 대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시간을 따져서 돈을 주기 때문에 3시간 안에 일을 마치라는 주문이기도 했다.
‘3시간? 아니, 1시간 안에 끝내 주지.’나는 일을 1시간에 끝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빠른 시간 안에 끝낼 일을 시간 끌어서 돈을 더 받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재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한 벌의 옷이 다려지면 그것을 옷걸이에 걸면서다른 한 손은 세탁 바구니로 갔다.
내가 다리미질을 할 때면 늘 그녀는 내 곁에서 줄담배를 피웠다.
처음에는 다림질을 1시간 10분 걸려서 끝냈다. 재빠르게 행동하는나를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그녀는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담배를 재털이에 비벼 끄더니 감탄사를 연발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정말 놀라워.”그런 그녀의 반응에 나는 기분이 좋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그녀는 시간당 10달러씩 주기로 했지만 내가 1시간 10분만에 일을끝내자 20달러를 주었다. 2주째는 일을 아예 1시간으로 앞당겼다.
3주째가 되자 그녀는 자기 집 청소까지 부탁해 왔다. 그 후 나는3주 동안 그 지긋지긋한 청소 일을 더 했다. 휴일인 토요일 아침에가서 집 전체를 쓸고 닦고 왁스칠하고 유리를 닦아 주었다. 물론 나는 다른 사람이 8시간 걸려서 했던 일을 4시간만에 끝냈다. 그런 후그녀는 청소할 다른 집을 소개시켜주었고, 나는 한사람을 고용해서가장 빠르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일을 해 나갔다.
타냐는 나와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나자 이런 말을 꺼냈다.
“킴, 당신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요? 당신의 눈은 야망으로가득 차 있어요.” 그녀의 말대로 나는 청소와 다림질을 하면서 내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과 수단이라 생각하며 있는 힘을 다해 일을했다. 그랬다. 나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투지도 언제나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청소는 학생들을 돕는 것보다 재미가 없었고 생산적이지도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청소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죄송합니다.”
“왜 그래요? 힘들어요? 돈이 적나요? 어떻게 해 주면 될까요?”
“아니에요. 제가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일을 해 주는 2달 동안 정이 든 타냐 아주머니를 다시 본 것은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1997년 겨울, 리치먼드센터 안에 있는 백화점에서였다. 유학원 원장이 된 나는 리치먼드 교육청에 가서 일을마치고 한국에 있는 조카에게 줄 선물을 사러 그곳에 갔었다. 그녀는 처음에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살이 너무 많이 쪄 버린 것이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타냐, 저를 기억하세요? 킴이에요.”그녀는 그제서야 나를 알아봤다.
“오, 킴, 당신 많이 변했네요.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어요?”
그녀는 자기 말대로 ‘야망의 눈을 가진 킴’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고 말했다.
“개인 사업을 하고 있어요. 유학원이에요. 지사가 5개 있어요.”
나는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그녀는 나의 변신을 대견스러워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크게 성공하는 사업을 할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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