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주요 정부 기관, 의회를 대상으로 한 대미(對美) 아웃리치의 중요성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국내에선 ‘로비(lobbying)’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세계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DC에선 물과 공기 같은 것이다. 로비 회사가 밀집한 K스트리트는 주요 관계자에 줄을 대기 위해 세계에서 몰려온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국 정부는 물론 주요 기업들도 워싱턴 DC에 사무소를 차려 로비에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는데, 로비 생태계와 작동 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클라이언트(client)’로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좌파’라 공격받는 기업, 대학, 노동조합들도 요인을 찾아 원하는 것을 들이밀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로비를 한다. 심지어 “수녀님들도 로비를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로비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정치의 현실이다. 선거가 사람을 바꾼다면, 로비는 규칙을 바꾼다. 미국에서는 모두가 로비를 한다. 대기업도 하고, 시민단체도 한다. 종교 단체와 노동조합, 대학과 지방 정부도 한다.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자신의 이해관계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활동은 워싱턴에서 상시 이루어진다. 이러한 활동이 제도화되고 산업화하면서 오늘날의 거대한 로비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우리에게는 낯설고 놀랍지만, 미국에서 로비는 이미 거대한 합법 산업이다.
쿠팡은 어떻게 미국 의회를 움직였을까. 틱톡은 최정예 로비팀을 꾸리고도 왜 강제매각을 막지 못했을까. 엔비디아·구글·애플·메타·아마존은 왜 워싱턴에 막대한 돈과 인력을 쏟아부을까. 일본·이스라엘·대만은 어떻게 미국에 우군을 만들었을까.

미국 워싱턴 DC의 K스트리트에서 인근 사무실 종사자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신간 『액세스』는 세계 최대 로비 시장인 워싱턴 K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추적한 책이다. 워싱턴에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권력에 접근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정책에 반영하는지 파고든다.
연구자와 외교관, 그리고 기업인으로 워싱턴을 직접 겪은 저자가 로비라는 창을 통해 미국 정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관세 하나, 규제 한 줄이 수조 원의 매출을 좌우하는 시대다. 미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우정엽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 9월1일 출간한 『액세스(Access): 워싱턴은 로비로 움직인다』(수연사 刊)는 세계 최대 로비 시장인 K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다루고 있다.
우 위원은 현대차 글로벌정책전략실장 전무·워싱턴사무소 총괄조정관,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소장 등을 지내 워싱턴 DC 생태계와 한미(韓美) 관계에 정통한 인물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정책학 석사, 위스콘신대 밀워키 캠퍼스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저자는 세계 각국 정부·기업이 어떻게 권력에 접근하고 이해관계를 정책에 반영하는지 파고들고 있다. 연구자와 외교관, 기업인으로서 워싱턴을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로비라는 창을 통해 미국 정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는데 “관세 하나, 규제 한 줄이 수조 원의 매출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미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다”고 했다.
로비를 다룬 한국어로 된 책이 부족한 상황이라 정식 출간 전부터 외교가와 기업 글로벌 대관 실무자 같은 실요자들의 관심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미 주요 온라인 서점정치·사회 부문에도 순위권에 올라 있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그 시장의 규칙은 워싱턴에서 결정된다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좋은 제품과 가격, 기술력만이 아니다. 정부가 어떤 산업을 지원할지, 어떤 기업을 규제할지, 어느 나라의 제품에 관세를 매길지에 따라 시장의 판도는 순식간에 달라진다. 그래서 세계의 기업들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시에 워싱턴에서도 경쟁한다.
2025년 미국의 연방 로비 지출은 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빅테크와 제약, 방산과 금융, 에너지와 반도체 기업들은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쓴다. 외국 정부와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로비 회사와 로펌을 고용하고, 전직 의원과 관료를 영입하고, 싱크탱크와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워싱턴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액세스』는 이 거대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장 중요한 자산에 주목한다. 바로 ‘접근권(access)’이다. 워싱턴에서 돈은 중요하지만, 돈만으로 정책을 움직일 수는 없다. 정책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어떤 논리와 언어로 전달하는지도 중요하다. 『액세스』는 이 과정을 추적한다. 워싱턴의 로비스트는 어떻게 접근권을 확보하고, 그것을 어떻게 정책에 대한 영향력으로 바꾸는가.
■쿠팡에서 틱톡, 엔비디아까지… 기업들은 워싱턴에서 어떻게 싸우는가
반독점 규제의 표적이 된 빅테크는 의회를 설득하고, 수출 통제에 걸린 반도체 기업은 규칙을 바꾸기 위해 움직인다. 틱톡은 강제 매각 위기 앞에서 최정예 로비팀을 꾸렸고, 엔비디아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설득전을 벌인다. 구글·애플·메타·아마존도 자신들을 겨냥한 규제와 법안이 등장할 때마다 의회와 행정부의 문을 두드린다. 최근에는 쿠팡 논란이 미국 의회로 번지면서 대미 로비는 한국에도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기업들은 불리한 법안을 막고, 필요한 조항을 넣고, 규제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움직인다. 때로는 경쟁 기업과 손을 잡고, 같은 업계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편에 선다. 시장에서 제품으로 경쟁하는 기업들이 워싱턴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을 놓고 싸운다.
로비를 하는 것은 기업만이 아니다. 노동조합과 시민 단체, 대학과 병원, 종교 단체도 로비를 한다. 일본·이스라엘·대만 같은 외국 정부는 의회와 행정부, 싱크탱크와 전문가 사회에 우군을 만들고, AARP는 수천만 회원의 목소리를 정치적 영향력으로 바꾼다. 워싱턴에서는 법과 제도의 영향을 받는 거의 모든 집단이 법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려 한다.
■선거는 사람을 바꾸고 로비는 정책을 바꾼다
우리는 미국 정치를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를 통해 바라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도 정치는 계속된다. 누가 권력을 가질지가 정해진 뒤에는 어떤 법과 정책을 만들지를 둘러싼 경쟁이 시작된다. 법안과 예산, 규제와 행정명령을 놓고 또 다른 정치가 펼쳐진다.
『액세스』는 로비를 부패나 음모라는 익숙한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미국에서 로비는 헌법이 보장한 청원권에서 출발한 합법적 정치 활동인 동시에, 돈과 정보, 관계와 접근권의 차이가 영향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거대 산업이다. 그 안에는 의회와 행정부, 기업과 시민 단체, 로펌과 로비 회사, 싱크탱크와 언론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로비를 들여다보면 미국 정치가 움직이는 방식이 보인다. 기업과 이익 단체, 시민 단체와 외국 정부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들고 워싱턴으로 향한다. 서로 충돌하는 요구는 경쟁과 협상을 거쳐 법과 정책에 반영된다. 그곳에서 내려진 결정 하나가 개별 기업의 사업, 한 산업의 미래, 때로는 한 국가의 전략까지 바꾼다.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과 정부가 워싱턴의 로비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다.

■책 속으로
미국 정치는 선거로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워싱턴은 선거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는 로비라는 상시적인 접촉과 조정의 체계 속에서 작동한다. 선거는 몇 년에 한 번이지만 로비는 매일 일어난다. 선거는 정치인을 바꾸고, 로비는 정책을 바꾼다.
--- p.16
한국 기업들은 이미 워싱턴에서 수천만 달러를 쓰고 있다. 그러나 그 활동을 설명하는 언어조차 없으니, 그 의미와 효과를 내부에서 제대로 평가하고 논의하기 어렵다. 언어가 없으면 개념도 없다. 개념이 없으면 전략도 없다. 전략이 없으면 로비 회사가 제시하는 방향에 끌려다니게 된다. 돈은 우리가 내고, 방향은 그들이 정하는 구조가 된다.
--- p.24
패튼 보그스는 법에 대한 접근 개념 자체를 바꿨다. 불리한 법이 있다면 그 법을 바꾸고, 불리한 규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만들어지는 과정에 개입하면 된다는 발상이었다. 법과 정책을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에 맞게 바꿀 수 있는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 수단이 바로 로비였다.
--- p.36
수녀들도 로비를 한다. 이 한 문장이 미국 로비 문화의 본질을 보여 준다. 워싱턴에서 로비는 특정 계층만의 도구가 아니다. 병원도 하고, 대학도 하고, 환경 단체도 하고, 종교 단체도 하고, 노동조합도 한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가 권력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든 시도가 로비다. 워싱턴에서는 정말 모두가 로비를 한다.
--- p.46
돈이 직접 청탁을 사는 것은 아니다. 돈이 관계를 만들고, 관계가 접근권을 만들고, 접근권이 영향력을 만든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워싱턴은 이 구조를 불법 뇌물로 보지 않는다. 공개된 행사, 공개된 기부, 공개된 기록의 형태로 제도 안에 담는다. 로비스트들은 이 합법화된 구조를 활용한다.
--- p.63
로비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머무는 마러라고와 백악관,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주변에 가상의 경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 들어온 기기를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광고를 내보냈다. 재러드 쿠슈너와 이방카 트럼프의 칼로라마 자택, 행정부 보좌관들이 자주 들르는 워싱턴의 특정 식당도 타깃이 됐다. 권력자 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그가 보는 피드를 장악하는 ‘단 하나의 관객(audience of one)’ 전략이었다.
--- p.82
캐시디는 이 실험실을 ‘국가 화학 연구 센터’로 재명명했다. 대학 시설 확충이 아니라 미국의 과학 경쟁력을 위한 국가적 투자로 프레이밍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전자, 반도체, 자동차, 정밀 화학 산업이 급성장하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캐시디는 이 사업을 일본과의 화학 산업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국가 인프라로 설명했다.
--- p.93
방산 업계의 힘은 로비 자금 자체보다 사업을 지역구 경제와 깊이 엮어 놓은 데서 나온다. 방산 업체가 의원에게 직접 뭔가를 부탁하지 않아도, 그 의원은 이미 지역구의 공장과 일자리를 지켜야 할 이유를 갖고 있다. 외부의 설득보다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먼저 방어 논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 p.106
‘빅테크 로비 군비 경쟁’이 벌어진 이유는 기술 경쟁에서 앞서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에는 규칙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자사의 논리를 설명하고, 정책의 방향을 읽는 역량이 필요해졌다. 앤드루스의 영입은 AI 칩 경쟁의 무대가 성능과 생산 능력을 넘어 워싱턴의 규칙을 둘러싼 영역으로까지 확장됐음을 보여 준다.
--- p.126
그러던 두 단체는 빅테크가 등장하자 태도를 바꿨다.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이 영화 콘텐츠를 AI 학습에 활용한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시네마 유나이티드와 영화협회는 나란히 섰다.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저작권 보호 강화를 요구하는 공동 로비를 시작했다. 홀드백을 두고 맞섰던 두 단체가 빅테크 앞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공통의 적이 등장하는 순간, 내부의 적대는 뒤로 밀린다.
--- p.129
항공사와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던 텍사스 농민들이 고속 철도 반대 운동의 얼굴이 됐다. 의원들의 전화기가 울렸다. 지역구 유권자들의 편지가 쏟아졌다. 여기에 호텔 체인과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가세했다. 고속 철도가 생기면 자동차 이동이 줄고, 고속 도로 휴게소에 들르는 사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항공사, 농민, 호텔, 패스트푸드 업체까지, 전혀 다른 업계가 고속 철도 반대라는 하나의 이해관계로 묶였다.
--- pp.142-143
다시 말해, 변화를 원하는 쪽은 많은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변화를 막으려는 쪽은 그중 하나만 닫으면 된다. 공격보다 수비가 쉽다.
--- p.156
2003년 12월 8일 부시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두 달 뒤 토진은 하원 에너지·상무위원장직에서 물러났고, 그해 가을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5년 1월 미국제약협회 회장 겸 최고 로비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의원 시절보다 열 배가 넘는 보수를 받는 자리였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 p.168
오바마는 ‘로비스트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고, 트럼프는 ‘5년 로비 금지’를 약속했다. 결과는 같았다. K스트리트는 두 번의 개혁 선언을 모두 견뎌 냈고, 오히려 더 커졌다. 트럼프 1기가 막을 내린 2021년, 연방 로비 공식 지출은 37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혁을 약속한 두 대통령을 모두 거친 뒤 나온 숫자였다.
--- p.181
2017년 노바티스는 코언과 월 10만 달러, 1년간 12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명목상 목적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케어를 어떻게 개편할지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당시 제약업계로서는 충분히 필요한 정보였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계약 과정에서 코언은 정책 분석과 자문을 넘어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노바티스가 산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책 분석이었을까, 정보였을까, 아니면 대통령에게 닿을 수 있는 접근권이었을까.
--- p.194
워싱턴에서 영향력은 단기간에 살 수 없다. 이스라엘이 25년 넘게 청년들을 이스라엘로 초청하고, 일본이 30년 넘게 미국 의원과 보좌관들을 일본으로 불러들이고, 대만이 40년 넘게 미국 시민권자 공동체를 조직해 온 결과가 지금의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한국이 이 수준의 영향력을 원한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지금 당장 시작하고, 중단 없이 지속하는 것이다.
--- p.219
틱톡이 직면한 불신은 로비스트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한 기업의 평판보다 훨씬 큰 문제가 그 뒤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현실이었다. 그 현실 앞에서는 K스트리트의 최정예 로비스트들조차 무력했다.
--- p.223
2012년 무렵 매너포트는 전 오스트리아 총리, 전 폴란드 대통령, 전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의 전직 국가 지도자들을 은밀히 포섭했다. 매너포트가 직접 작성한 메모에는 이들을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관계를 드러내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움직일 정치적 슈퍼 VIP”로 활용한다는 구상이 담겨 있었다.
--- p.238
발언을 얻는 것과 결과를 얻는 것은 다르다. 워싱턴에서 로비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미국 정치의 이해관계와 연결하는 일이다. 왜 그 결과가 미국에도 필요한지를 설명할 논리를 만들고, 그 논리를 미국 정치가 움직이는 언어로 전달해야 한다.
--- pp.249-250
결국 워싱턴에서 남는 것은 가장 옳은 목소리가 아니다. 가장 오래 준비된 목소리다. 가장 자주 도착한 목소리다. 가장 잘 번역된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정책이 된다.
--- p.261
■추천평
미국 시장을 이해하려면 기업만 봐서는 부족하고, 미국 정치를 이해하려면 선거만 봐서는 부족하다. 시장과 정치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정책을 움직이는 힘이 워싱턴의 로비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그 시장의 규칙은 워싱턴에서 결정된다. 법과 규제 하나가 수십 년 쌓아 올린 사업의 판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도 한다. 이 책은 그 결정이 내려지기 전, 누가 움직이고 무엇이 거래되며 어떤 힘이 끝내 규칙을 바꾸는지를 추적한다.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인과 정책 담당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미국을 모르고 세계를 말할 수 없듯, 로비를 모르고 미국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며 의문이 들었다. 젊은 로비스트 레미 댄턴은 어떻게 그토록 노련한 정치인들과 대등하게 거래하고, 때로는 그들의 선택까지 흔들 수 있었을까. 《액세스》를 읽으면 그 힘의 실체가 보인다. 로비스트가 쥔 것은 돈만이 아니다. 기업과 정치권을 잇는 네트워크와 정보, 접근권, 그리고 상대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읽어 내는 능력이다. 〈웨스트 윙〉이나 〈미스 슬로운〉처럼 미국 정치를 다룬 작품을 흥미롭게 봤다면, 이 책은 극적인 장면 뒤에서 미국의 권력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을 보여 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워싱턴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 손지애 (전 CNN 서울지국장)
기이한 트럼프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아도 오늘날 미국이 움직이는 전모를 이해할 수는 없다. 머스크 등의 빅테크를 분석해도 오늘날 미국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로비가 여론과 프레임, 청문회와 규제 제정 과정에서 어떻게 현실을 만들어 가는지를 이해해야 비로소 미국 정치의 전모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쿠팡 사태로 대한민국이 미국 로비의 실체를 이해해야 할 절실한 시기에 너무나 적절하게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쿠팡의 로비 방식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저 거대한 코끼리의 발을 만지며 윤곽을 파악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현대 로비 정치의 생생한 작동 방식은 물론이고, 앞으로 미국이 무대 뒤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전망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필수적인 나침반이다. -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우정엽 박사는 오랫동안 워싱턴의 정책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연구하고 의사 결정의 핵심에 관여해 온 최고의 전문가다. 이 책은 미국의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람과 정보, 그리고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치밀한 분석으로 풀어낸다.
우리는 흔히 정책을 좋은 아이디어와 합리적 판단의 산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의 정책은 누가 더 일찍 문을 두드리고,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며, 더 끈질기게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저자는 워싱턴의 로비를 음습한 거래가 아니라 권력과 정보, 관계가 정책으로 전환되는 생생한 과정임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저자는 복잡한 제도를 생생한 사례와 이야기로 풀어내면서도 분석의 깊이를 잃지 않는다. 워싱턴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세계의 의사 결정 구조를 이해하는 일이며 이 책은 그 출발점으로 손색이 없는 역작이다. -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관세전쟁에 美 로비스트 수요 폭증…다시 황금기 맞은 'K스트리트’
MAGA 인맥 연결 회사 문전성시…주요 로비업체 매출 급증…국내기업 지출액도 매년 눈덩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세 블록 떨어진 거리. 일명 ‘K스트리트’라고 불리는 길이 6.4㎞의 거리에는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에도 오피스 종사자들이 거리를 오가며 분주한 모습이다.
유명 로비 업체들과 로펌, 컨설팅 기업들이 밀집해 ‘세계 최대 로비 시장’으로 불리는 일명 ‘로비의 월스트리트’인 셈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와 인맥이 모인다는 K스트리트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황금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로비단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관세 등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외국 정부 및 기업들의 로비스트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스트리트의 황금기 도래는 수치가 말해준다. 2025년 7월10일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 오픈시크릿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로비 업체들은 관세 관련 업무가 급증했다.
2025년 1~3월 로비스트들은 관세 관련 215개 고객을 대리했다. 2024년 관세 관련 고객이 120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 폭이다.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는 2025년 1분기 로비 부문 수입(매출)이 164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75%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에이킨검프의 로비·공공정책 실무 공동 책임자인 브라이언 폼퍼는 “관세와 무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기업들이 워싱턴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중요하게 만들었다”며 “20년 로비 경력에서 이렇게 바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이 일했던 발라드파트너스도 1분기에 고수익을 달성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 로비 회사는 1분기 1400만 달러를 벌어 들여 2024년 1분기 대비 225% 신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비의 힘’이 최근 미국 상하원을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한 감세법안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워싱턴 소재 로펌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공언했지만 감세법에는 반도체 세액공제가 기존의 25%에서 35%로 오히려 늘었고 배터리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일몰 시점도 당초 우려보다 크게 앞당겨지지 않았다”며 “유관 기업들이 로비를 통해 지역구에 해당 공장이 있는 의원들에게 접촉을 한 결과”라고 짚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뜨고 있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회사들은 로비 계약을 맺으려는 세계 기업 및 정부 기관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10년 이상 근무했던 머큐리퍼블릭어페어스는 ‘그린란드 이슈’로 골머리를 앓는 덴마크와 4개월 26만 3000달러의 홍보 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의 운하 회수 위협에 노출된 파나마도 트럼프 취임 3일 전 BGR그룹의 로비 팀에 월 20만 5000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소재 로펌 관계자는 “트럼프 이너서클(핵심층)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유력한 인맥이 있는 회사의 계약 단가는 이전보다 2배 가량 올랐다”고 귀띔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외교를 ‘거래(Deal)’로 접근하는 성향을 보이면서 로비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정책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로비를 안 하면 그런 측면에서 불리한 결과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간 공식 채널도 중요하지만 민간을 통한 우회적 접근 역시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 로비 비용도 불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 4대 그룹의 로비 지출액은 2024년 총 26억 달러(약 3조 5600억 원)에 달했다. 삼성이 7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SK 5억 6000만 달러, 한화 3억 9000만 달러, 현대차 2억 3000만 달러 순이었다.
최근에는 미 행정부 전관들을 잇따라 영입하며 로비망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로비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 있어 전문 인력이나 대응 사례가 충분히 축적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돈만 많이 쓸 뿐 전략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이유다. 자금력과 정보가 부족해 적절한 로비회사를 찾고 관련 부처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로비 회의론도 나온다. 워싱턴 소재의 한 단체 관계자는 “마가세력 등 미국의 풀뿌리 유권자 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로비 회사보다는 정통 지지층이나 일반 유권자의 목소리에 이전보다 더 목소리를 기울이고 있는 점이 로비 회의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年43억 달러 '거대 산업' 美로비…1만3000명 로비스트 활약 중
정책 논의 공무원→로비스트 '회전문' 시스템 문제 제기도…한국에선 불법…몇차례 논의 불구 제도화 안돼
미국의 로비제도는 1792년 버지니아주 퇴역군인이 의회에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교섭 담당자를 고용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후 230년간 발전해 현재 연간 43억 달러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로비 활동은 수정헌법 1조의 '청원권'에 의해 보호받는다. 1938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1995년 로비활동공개법(LDA) 등을 거쳐 로비스트 등록과 활동 내역 공개가 의무화됐다. 현재 1만3000여 명의 로비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K스트리트'라는 명칭은 워싱턴 D.C. 백악관 북쪽 3블록에 위치한 6.4km 도로에서 유래했다. 1930년대부터 이 거리에 로비업체들이 집중되면서 '로비의 월스트리트'로 불리게 됐다.
미국 로비제도를 관통하는 특징은 일명 '리볼빙 도어(회전문)' 시스템으로 정부 고위직과 로비업계 간 인재 이동을 의미하는 한다.
미국 정부감시프로젝트(POGO)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국방부 출신의 전직 고위 관료 36명이 주요 방산 민간 기업으로 이직했으며 일부 인사는 자신이 계약을 주도했던 무기 체계의 수주 기업으로 곧바로 이동했다. 이해충돌에 대한 지적이 확산하면서 공직자가 퇴직 후 일정 기간 관련 기업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쿨링오프(cooling-off)’ 기간을 현행 1~2년에서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한국에서도 과거 로비스트 제도화 몇 차례 논의됐으나 합법화까지 성사되지는 못했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국회제도개선위원회가 “로비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며 정치개혁 과제로 제시했고, 2007년에는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와 법무부가 관련 법 개정작업에 착수해 국회의 관련법 발의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2015년 법무부의 용역 보고서에서도 “국민 청원권을 보장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로비스트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거대 기업 및 단체의 목소리만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는 지적과 관련 업계의 반발, 국민 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제도화되지 못했다.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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