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이현재 기자]연대보증인 제도가 전면 폐지의 길을 걷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융공공기관들의 중소기업 대상 대출 및 보증에서 법인 대표자의 연대보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신규 대출 및 보증 시 법인 대표자 연대보증이 전면 폐지됐다. 이전부터 금융공공기관들의 연대보증은 순차적으로 없어지고 있었다. 연대보증이 경영인들의 재기 의지를 꺾고 창업과 재창업시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원흉으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창업 5년 이내 기업에 대한 연대보증은 2016년 1월부터 폐지됐고, 이듬해 8월에는 창업 7년 이내 기업까지 연대보증 폐지 대상이 확대됐다. 이번 전면 폐지 조치 후 신보, 기보 등 공적보증기관들은 창업된 지 7년이 넘는 기존 대출·보증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있고, 민간 은행권도 보증부대출의 비보증분에 대한 연대보증을 점차 없애 나가고 있다.
연대보증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 또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대보증 문제만 해결되면 실패한 기업가들의 재기, 창업·재창업시장 활성화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에 관한 회의가 한 갈래이고, 또 한 갈래는 연대보증의 순기능에 대한 주목이다. 연대보증 폐지 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정책방향과 보완책을 논의하기 위한 <금융권 연대보증인 폐지정책, 득과 실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김종민 의원 주최와 금융노조 주관으로 3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렸다.
발제를 맡은 노용환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대보증 폐지 정책이 역설적으로 연대보증 폐지에 대한 경제 참여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쪽에 방점을 찍었다. 연대보증에 대한 편견과 실제의 괴리 탓이다. 사람들의 인식에 남아있는 ‘패가망신의 지름길’로서의 연대보증, 즉 경영과 무관한 제3자 연대보증은 외환위기 직후 이미 전면 폐지됐다. 현재 남아있는 연대보증은 책임경영 확립 차원에서 기업에 대해 경영주 본인이 입보하는 형태다. 이러한 연대보증은 시장 안착 단계 전인 완숙하지 못한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하고, 기업의 부족한 담보와 신용을 보강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지속되면서 연대보증은 전면 폐지될 처지에 놓여 있다.
문제는 폐지 여론의 주요한 근거인 ‘연대보증은 성실실패 기업인 재도전의 장애물’이라는 신화다. 노용환 교수는 “연대보증 전면 폐지로 혁신기업 창업과 재창업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경영자의 도적적 해이 문제, 경영활동 유인보다는 회생신청, 파산신청 유인이 커지는 문제 또한 짚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연대보증 폐지에 따른 금융공공기관의 부실률 손실액 증가, 보증 및 대출 심사 절차 강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이로 인한 신규 자금공급 위축 우려가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대보증 전면 폐지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을 도출해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지속적인 기업경영 유인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 제도 추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 교수는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창업 7년 미만 신규보증업체의 연대보증 면제 비중이 2014년 53.2%(116개 기업, 76억 원)에서 2017년 68.6%(4,475개 기업, 1조 2,541억 원)로 급증한 것을 지적하며 채권회수가 어려워져 부실률이 증가하면 금융기관의 자금공급여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보의 경우 연대보증 폐지 정책이 계속해서 강화되면서 2011년 44%였던 연대보증인 회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7년에는 30.1%, 2018년 상반기에는 26.4%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원칙적으로 법인 대표자에 대한 연대보증은 유지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그는 연대보증 면제기업의 투명경영 준수 약정을 의무적으로 체결하도록 하고 여기에 기업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금융 관련 법규 및 기업회계기준 준수, 보증부대출의 용도 외 사용 및 업무상 횡령·배임·뇌물수수 금지 등이 명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연대보증 면제기업의 재무 성과와 경영의 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성 경영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향후 추가 손실로 인한 공적 보증·대출 재원의 감소 및 이로 인한 중소기업 지원 차질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지원 방안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신보의 경우 연대보증 전면 폐지로 부실률이 0.5%p만 늘어나도 대위변제 규모가 1,620억원 늘어나고, 10배수인 보증 규모는 무려 1조 6천2백억원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업체 평균 보증잔액이 2.15억 원임을 감안하면 이는 누적보증기업 수의 3.65%, 신규보증서 발급기업 수의 20.42%에 해당하는 7,547개 기업의 보증 지원 차질로 이어지게 된다.
노 교수는 또 “연대보증폐지 시 보증 및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 등 업무 증가가 불가피한 공공기관의 리스크 관리 강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연 1만 개의 신규 법인기업 심사 시 연대보증 전면 폐지로 심사시간 및 사후관리 시간이 업체당 3시간씩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최소 연간 50억 원의 추가 인건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기본적으로 “재창업 장려에 목적을 둔다면 연대보증 전면 폐지보다는 생존율 제고 정책 보강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토론을 맡은 김태균 신용보증기금 준법지원센터장(변호사)도 “연대보증 폐지로 인한 인적담보 감소로, 구상권 회수액이 감소하고 및 구상권 관리비가 증가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보증재원의 감소는 단순히 그 해당 금액만큼이 아니라 보증운용배수를 곱한 만큼의 보증잔액이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출연금 증액을 통한 자본 확충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재범 부경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정책자금공급을 유지하면서 기업 심사를 강화해서 대상 업체를 잘 선별해 사고율을 낮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대로 연대보증 폐지를 실행하려면 사고율 중가에 따른 지원금융기관의 부담을 기관에 지우지 말고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가들이 기본적으로 연대보증인 면제에 찬성한다는 인식은 편견일 수 있다”면서 “단순히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보다 ‘새로운 성장’을 만드는 방향으로 기업생태계의 목표가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만큼, 입보 면제는 창업 활성화보다는 일자리 등 경제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전제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조건들도 미세하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의 가장 중요한 축 중의 하나다. 연대보증 전면 폐지 흐름이 오히려 중소기업 창업과 성장의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숙의에 기반한 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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