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55) 계획에 차질이 생기다

조영재 기자 / 기사승인 : 2025-04-14 09:02:48
  • -
  • +
  • 인쇄
황소 어깨에
날개를 달아 준 사람들

직업 소개소의 스탠에게 써리의 할머니에서 리치몬드의 새 고용주로 바뀌었다는 비자 신청을 의뢰해 놓고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비자가 나올 날만 기다리고 있던 나는 뜻밖의 예기치 않은 상황과맞닥뜨려야 했다. 어느 날 나는 내 비자가 혹 스탠 사무실로 날아갔을까 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스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비자 어떻게 되었어요? 아직 이민국에서 연락이 없어요? 혹시 그곳으로 왔어요?”
평소에 그렇게 능글맞던 스탠은 이날 이상하리만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 아직 보내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번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신청한 지 2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서류도 안 보냈다니. 미칠 것만 같았다. 지금 다시 보낸다고 하더라도 1개월 후쯤에나 받아 볼 수 있는데..... 그 시간까지 따지면 무려 3개월을 허공에 날린 것이 되었다. 일하는 기간이 24개월이 되지 않으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에 빠진 기간만큼더 일을 해야만 된다. 내가 계획했던 것에 큰 차질이 생겼다. 12월말이면 청소하는 일에서 드디어 손 뗄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그리고 그 길로 본격적으로 교육 사업에 손을 대 볼 계획이었는데 전화기에 대고 스탠에게 화를 냈다. 그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워
킹 비자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알선해 준 가정부들의 스폰서가 바뀌는 대로 그때그때 캐나다 인력 당국과 이민국에 신고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내 스폰서가 써리의 할머니에서 리치먼드의 아주머니로 바꾸는 작업을 3개월이나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알선비챙기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필리핀 남자를 믿었다가 3개월이라는기간을 고스란히 날려 버려야만 했다.
나는 너무 억울해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머지 기간을 채우기위해 리치몬드에서 일을 하는 동안 내내 스탠을 원망하며 한숨을 쉬었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닥친 현실을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그러면 그럴수록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드는 기분이었다.
내 상황에 대해, 내가 겪고 있는 괴로움에 대해 이해하는 단 한사람은 짐이었다. 나는 매일 늦은 밤에 전화로 내 격한 감정을 쏟아부었다. 때로는 한탄으로, 때로는 비탄으로, 때로는 독설로 내 신세를 털어놓았다. 짐은 묵묵히 들어 주었다.
“킴, 너는 이겨 낼 수 있어.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잘해 낼거야. 넌 강한사람이야. 조금만 참아.” 짐의 한마디에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섰다. 그는 나를 지지했고 격려했으며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선배로, 때로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캐네디언으로 조언도 해 주었다. 나와 짐은 그렇게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짐은 자신의 누나인 샤론의 생일에 나를 초대했다. 묘한 의미가 담긴 초대였다. 이후 샤론과 그녀의 남자 친구 라리, 짐
과 나, 이렇게 4명은 휴일이나 발렌타인데이, 부활절, 추수감사절,할로윈데이, 크리스마스 때마다 함께 만나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나는 지긋지긋한 리치먼드 그 부잣집에서 두 번째의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었다. 나는 지난해처럼 수 많은 손님들을 치르기 위해 집을 치우고 음식 만드는 것을 돕느라 며칠 전부터 정신없이 움직여야했다. 손님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8시쯤 모여들어서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돌아갔다.
일을 마치고 새벽녘에 내 방으로 들어와 한숨을 쉬며 침대에 누웠다. 무척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 점심 시간에 만날짐을 생각해서라도 잠을 자 둬야 하는데 동이 틀 때까지 잘 수가 없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