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행보 이어가는 찰스 왕세자…IRA 테러현장도 찾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21 19: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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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영국과 아일랜드 관계 개선에 또 하나의 작은 진전"
전날엔 IRA 정치조직 당수와 '역사적 악수'


화해행보 이어가는 찰스 왕세자…IRA 테러현장도 찾아

BBC "영국과 아일랜드 관계 개선에 또 하나의 작은 진전"

전날엔 IRA 정치조직 당수와 '역사적 악수'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찰스 왕세자가 북아일랜드 방문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과거를 치유하는 화해 행보를 이어갔다.

찰스 왕세자는 이날 어촌마을 물랑모어를 찾았다.

1979년 찰스 부친인 필립스공의 외삼촌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이 탄 어선에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유혈투쟁을 전개해온 아일랜드공화군(IRA)이 폭탄을 던져 마운트배튼경이 목숨을 잃은 현장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마운트배튼경 사망 소식을 들은 찰스 왕세자는 나중에 전기에서"극도의 고통과 불신, 비참함에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이 일을 자행한 사람들을 용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까 두렵다"는 심경을 적었다.

그에게 마운트배튼경은 "할아버지, 큰 삼촌, 아버지, 형제 그리고 친구 같은 사람"이었다.

많은 마을 주민이 찰스 왕세자를 환영하러 나왔다.

그는 마운트배튼경의 시신을 수습해준 마을 주민의 가족들을 만났고 당시 목숨을 잃은 마운트배튼 경 친척들을 만나기도 했다.







앞서 그는 물랑모어에서 조금 떨어진 드럼클리프의 교회에서 열린 희생자들 추모와 화해를 위한 행사에 참석했다.

마운트배튼경과 함께 어선에 있다가 목숨을 잃은 15세 소년 맥스웰의 부모가 찰스 왕세자 부부 곁에 나란히 앉았다.

40여분간 진행된 이 행사에서 1972년 독립을 요구하던 시위대 14명이 영국 공수연대의 총에 맞아 숨진 '피의 일요일' 사건에서 목숨을 잃은 제럴드 맥킨니의 손자가 어린이 합창단 일원으로 참여했다. 찰스는 이 학생을 따로 만나 인사했다.

2011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역사적인 북아일랜드 방문을 주선한 메리 매컬리스 전 아일랜드 대통령 부부도 함께 자리했다.

매컬리스 전 대통령은 "단지 그가 이곳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한 말로써 그는 관계를 만들어냈다"면서 "우리 모두 과거를 안다. 특히 당시 물랑모어는 참혹했다. 하지만 오늘은 매우 자애롭고 아름다운 것들이 아일랜드에 퍼지고 있다"고 그의 방문을 의미 부여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츠 묘지 바로 옆에 있는 이곳 교회에서 찰스는 그의 시구인 "이곳에 평화가 있기를..." 인용해 그의 심경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BBC 방송은 물랑모어 방문은 미래 영국 국왕이 자신이 존경한 친척에 경의를 표하는 개인적인 순례라면서도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 개선에 또 하나의 작은 진전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문 첫날 찰스 왕세자는 IRA의 정치조직 신페인당을 이끌어온 게리 애덤스 당수와 '역사적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이후 두 사람은 따로 만나 10분간 대화를 나눴다.

애덤스는 "우리는 마운트배튼경을 잃은 그의 슬픔과 맥스웰 가족의 슬픔을 얘기했다"며 "찰스와 나는 1968년 이래 일어난 일에 대해 유감을 표했고, 우리는 같은 마음이었다. 감사하게도 이 모든 것은 이제 지나갔다. 전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애덤스는 마운트배튼경의 사망에 대해 "그의 참전 경험에 비춰볼 때 그가 명확히 전쟁 상황인 곳에서 죽은 것에 항의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테러를 옹호했던 인물이다.

앞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2012년 북아일랜드를 방문해 환영 행사에서 각료 자격으로 참석한 IRA의 사령관 출신 마틴 맥기니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부수반과 악수를 나눈 바 있다.

하지만, 여왕은 마운트배튼경이 피살된 후 신페인당 관계자와는 전혀 만나지 않았다.

이번 찰스 왕세자의 북아일랜드 방문은 이달 초 총선을 전후로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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